요새 언론이 공들이는 작업 중 하나가 시민에게 민주당을 비롯한 노동권, 사회단체 등을 기득권으로 각인시키는 것이다. '기득권'이란 낙인을 찍으면 타도해야 할 세력이 되어버리니까 말이다.
내게 유학에 관해 물어보는 거의 모든 사람에게 웬만하면 유학을 가지 말라고 말해 준다. 곡해해서 들으면 '사다리 걷어차느냐?'라고 물을 수 있겠지만, 이 바닥은 올라가 봐야 그 밥에 그 나물일 가능성이 커서 사다리를 걷어찬들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오히려 하나님 나라를 위해 같이 할 동역자는 많을수록 좋다. 그런데도 유학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성공보다 실패할 확률이 훨씬 높고, 보상보다 치뤄야 할 대가가 더 크기 때문이다.
지금은 잠시 여유롭게 지내고 있지만, 미국에서 나 자신을 몰아쳤던 이유는 부모님의 후원 때문이다. 내 돈으로 공부한다면 재정적으로 어려워도 정신적 부담을 느끼지 않았을 거다. 그러나 자식을 위해, 더 나아가 자식 이전에 주의 종으로 키우겠다는 마음으로 자신의 노후를 포기해야 하는 부모를 생각하면 이 악물고 공부할 수밖에 없다. 나 자신을 돌보지 못한 후유증은 몇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급격하게 불어난 몸무게이다.
우리 부모님은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해하신다. 때로는 재정적 어려움을 내비치시기도 하지만, 때로는 꼭 박사 학위를 받아야 좋은 목사가 되는 게 아니라고 말씀도 하시지만, 최대한 지원해주시겠고 말씀해주신다.
내가 왜 이야기를 할까. 유학간다고 해서 모두가 기득권은 아니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서다. 노경목처럼 온갖 이론으로 객관적인 입장을 취하는 듯하지만, 결국은 유학 보내면 기득권으로 보는 편협한 시각(혹은 의도적으로 그런 여론을 조장하는 세력)이 존재하는 반면 없는 살림에 밑바닥까지 긁어서 자식을 유학 보내는 집도 있다. 세상적으로는 그래야 집안을 일으켜 세울 수 있다는 절박함 때문이고, 신앙인으로서는 내 자식새끼 부귀영화 누리게 해주겠다는 게 아니라, 자식을 통한 대리만족이나 명예를 누리겠다는 게 아니라, 주의 종 하나 키우는 게 자신의 사명이라고 믿는 그 믿음으로 사시는 분들도 있다. 우리 부모님처럼.
좌파 경제학자가 분석한 지도층 자제 해외 유학[노경목의 미래노트]
www.hankyung.com/politics/article/202007171792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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