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그대들에게.


칼빈신학교 초창기부터 내 노트북 배경 화면은 University of St Andrews이었다. 미국 석사로 우회를 했어도, 내 최종 목표는 변함이 없었다. 가끔 도서관 내 개인열람실에 와서 내 노트북 배경 화면을 본 사람들, 나와 진로에 관한 대화를 나눈 사람들은 내 목표가 어디인지 다 알고 있었다. 칼빈에 따뜻한 분들이 많아 나를 격려해주시는 분들이 많았지만, 일부에서 나를 조금 이상한 사람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내 입학에 앞서 7년 전에야 영국으로 진학한 사례가 있을 뿐, 한동안 영국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었던 탓이다. 게다가  자기 목표를 감추거나 우회적으로 말하는 게 미덕일 텐데, 나는 곧이곧대로 말하고 다녔다.

하물며 실제로 영국 교수들에게 박사 과정 진학 문의를 하며, 진행 상황을 주변 사람들과 나눌 때도 많은 사람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학교 측으로부터 인터뷰 요청을 받고, 합격 소식을 연달아 알리면서 주위에서 나를 대하는 태도가 조금씩 달라졌다. 그리고 나와 친하게 지내던 분은 "이야 정말로 실력 있었네. 그 어려운 학교에 합격하고."라고 말해줄 정도였다. 평소 내가 좀 어리숙한 부분이 있어서, 충분히 그럴 만하다고 인정하는 바이다. 최종적으로 St Andrews 합격 소식을 전했을 때, 한 목사님은 '이제 정말 GR를 떠나겠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해 주었다.

어느 목사님은 나를 볼 때마다 자신만만한 모습이 보기 좋다고 따뜻하게 맞아주셨으나, 내가 주변 사람을 대할 때는 웃는 인상이라 그렇겠거니 싶은데, 실제로 내 속은 타들어 갔다. 나를 향한 확신이 있었지만, 동시에 실패라는 압박감이 나를 짓눌렀다. 결과적으로 합격증을 받아서 나 스스로 떳떳하고 주변으로부터 축하를 받아서 다행이지.

이제 곧 박사 과정을 시작하게 된다. 몇몇 분들은 준비가 잘 되어 있어서 앞으로도 잘 해낼 거라고 응원해 주시지만, 나도 그렇게 믿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라는 막연한 두려움과 박사 과정이라는 무게가 주는 살벌함이 있다. 무엇보다 첫 일 년 동안 지도 교수의 평가를 받아야 하는 터라 조심스러운 처지이다.

지금도 나는 꿈을 꾸고 있다. 그 꿈은 내 심장을 뛰게 만든다. 난 어느 정도 확신이 서지 않으면 말을 아끼는 사람이다. 내가 말을 내뱉었을 때는, 특히 그게 내 목표와 관련되어 있을 때는 이미 계산이 끝났고 실제 결과로 보여주면 되는 상황이다. 이전과 달리 앞으로 주변 사람에게 내 목표를 말하지 않을 거고, 페북 활동을 줄일 예정이다. 이 절차는 예전부터 마음에 품었고 최근 어떤 사건에 의한 갑작스런 행동이 아니다.

원래 유튜브 영상은 내년부터 시작하려 했으나, 시기적으로 미리 시작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고, 이제 내가 할 말은 다 했다. 그러니 더는 유학 문의에 신경 쓰지 않고, 내 연구 과제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페북이란 공간의 유익함을 누리면서도 불필요한 관계가 많아지고 있다고 느낀다. 한편으로는 너무 많은 말을 했다. 때로는 관심 없는 자들이 한마디씩 하는 꼴도 지켜보려니 인내심 수양도 해야 했다.

언제나 그렇든 내게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해주는 사람은 늘 소수이다. 또한 나를 따뜻하게 대해주며 언제나 시간을 내어주는 따뜻한 친구들도 늘 소수이다. 내게는 현실적인 조언을 해줄 사람들이 있고, 저 멀리서도 내 소식을 기다려주는 따뜻한 친구들이 있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에세이] 큰 계획일수록 조용히 실행하라
moneyman.kr/archives/908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