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목자 담론에서 예수의 자기 희생에 관한 가르침은 유대인들 사이에서 논쟁을 일으킨다. 이 진술은 예수의 가르침과 유대인들 사이의 기대가 어긋나고 있다는 증거이다. 고대 문헌에 "목자-왕 전승"(Shepherd-King Tradition)이라는 명칭이 존재하지는 않지만, 고대 근동에서 왕을 목자로 표현하는 관례가 있었다는 증거가 존재하고(대표적으로 함무라비 법전), 이스라엘 공동체에서 이같은 전승이 오랫 동안 공유되었다는 증거가 곳곳에 나타난다.
왕은 자신의 통치를 정당화하기 위해 마르둑과 같은 신으로부터 신적 권위을 부여받았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목자와 양 사이의 유비를 통해 왕과 백성 사이의 관계를 정의하기도 한다. 목자가 양을 돌보고 양은 목자를 따르듯이, 왕은 백성을 보살펴야 하고 백성은 왕을 따라야 한다. 즉 목자-왕 전승은 왕권 사상을 위한 수단이다. 그래서 목자-왕 전승에서 목자가 양을 위해 죽음에 이를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수한다는 내용은 있어도 자발적으로 목숨을 내놓는 말은 하지 않는다. 이러한 관례에 익숙한 유대인들은 목자의 "내어놓음"을 말하는 예수의 가르침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에 반해 Craig S. Keener는 The Gospel of John: A Commentary에서 그리스 문헌에 나타난 타인을 위한 고귀한 희생을 말한다. 엄밀히 말해 그는 목자-왕 전승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왕권 사상에서 자기 희생을 말하는 문헌은 없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예수의 가르침과 목자-왕 전승 사이의 차별성은 요한복음 내부에서 설명되어야 한다. 이에 대해 수많은 연구자들은 1:29, 36과 이사야 53장의 '고난받는 종'을 제시한다. 요한의 논리를 따르면 1:29, 36을 살펴봐야 하는데, 대다수 학자들이 출애굽기 12장의 유월절 양과 연결하고, 이사야 53장을 언급한다. 목자-왕 전승을 통한 예수의 죽음을 설명하려면, '어린 양'의 정체가 유월절 양을 가리키는지 그리고 그의 죽음이 고난받는 종을 연상시키려는 목적이 있는지 따져보아야 한다.
요한복음의 구조는 더 복잡하다. 기존 논의에 더하여 유대 절기(Jewish Festivals)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유대 달력을 비틀면서까지 유월절(Passover) 주기를 중심으로 요한복음을 서술한 목적을 파악해야만 한다. 선행 연구의 대세적 견해가 적절한 답변을 제시하는 듯 하지만, 세부적인 면모를 따져보면 이질성들이 발견되며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은 문제들이 적잖이 있다. 그 모든 원인은 요한이 기존 관례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만 기독론적으로 비틀기 때문이다.
이사야 53장에 대해서 말하자면, 대세적인 흐름과 달리 53장의 영향을 부정하는 견해 역시 존재한다. 여기에 해당하는 학자로는 Morna D. Hooker와 Richard B. Hays가 있으며 둘다 현역에서 은퇴한 상태이다. Hays의 제자이자 내 지도 교수인 David M. Moffitt는 이사야 53장의 영향력을 인정하는 흐름에 서있으며, 더 나아가 히브리서에는 '고난받는 종' 사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주장에 반대하고 있다. Moffitt의 동료인 Elizath E. Shively도 이사야 53장의 영향력을 수용하는 입장이다. Shively는 이사야 53장의 논쟁에 관해 다루었는데, 자세한 내용은 Michael A. Lyons and Jacob Stromberg, Isaiah’s Servants in Early Judaism and Christianity: The Isaian Servant and the Exegetical Formation of Community Identity, WUNT 2 554 (Tübingen: Mohr Siebeck, 2021)에 실린 "The Servant(s) in the Gospel of Mark"을 보라.
내년 초부터 논문을 쓰게 되면 내 입장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예상할 수 없지만, 현재로서는 이사야 53장의 영향을 인정하되 기회가 된다면 이질성에 초점을 둔 글을 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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