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그대들에게.


오늘 사무실에 내 앞 자리에 자리한 신약학 전공 미국인 유학생 혼자 있어서 간만에 대화를 나누었다. 그는 현재 1년 차로 Probationary Review를 진행하고 있고, 그의 지도 교수가 조만간 이직을 해서 지도 교수 변경을 해야 한다.

그의 질문 중 하나는 내 지도 교수 Moffitt 박사가 대화를 잘 해주냐는 것이었다.

난 평소 말이 없고, 교수들에게는 더 말을 안 하는 편이라, 지도 교수라고 해도 질문을 잘 던지지 않는다. 다만 박사 과정 세미나는 의무적으로 3 시간을 진행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의 질문을 통해 그의 지도 교수가 자신의 기대보다는 대화를 나누기 쉽지 않고, PR 지도에 덜 적극적이라고 짐작할 뿐이다.

내가 이 곳 현지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 중 하나는, 교수들이 도통 학생들에게 방향이나 참고 자료 등 학생에게 직접적으로 유용한 정보를 잘 주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예외적으로 너무 친절하게 잘 알려주고 그만큼 요구하는 교수들도 있다. 내가 근래에 만난 한인 3년차 학생들은 각 자의 지도 교수가 아직도 나에게 물어볼 게 있냐고 답했다고 말해주었다. 이 곳 학부생들에게도 물어보면 교수들이 좀더 생각해보고 오라는 식으로 답한다고 한다.

그의 질문에 Moffitt 박사는 질문에 대답을 잘 해주고, 그가 대답할 때 웃으며 답을 길게 해주는 모습에서 그가 진정한 연구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주었다.

내가 PR을 진행할 때 Moffitt 박사는 자신은 조언자이며 내가 만족할 만한 연구를 해야 한다고 답해주었고, 그 과정 자체가 나를 평가하는 기간이라고 여겨 답답하지만 혼자 다 해결했다. 그리고 Literature Review를 진행하면서는 달리 질문할 게 없고, 현재 진행 중인 박사 과정 세미나에서는 새로 배우는 내용이 많아 질문을 열심히 하고 있으며, Moffitt 박사는 최선을 다해 답해주고 있다. 그러니 나로서는 내 지도 교수가 비교적 대화를 잘 해준다고 생각한다.

이 지점에서 학생과 교수 사이의 크나큰 거리가 존재한다. 학생은 교수로부터 무언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교수들은 학생이 알아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부와 석사 과정은 수업이라도 진행되지만, 박사 과정은 각 자의 연구에 따라, 무엇보다 지도 교수의 허락 하에 진행된다.

지금껏 교수들로부터 배우는 방식으로 교육을 진행해온 만큼 연구 제안서를 토대로 지도 교수와 의논하며 독자적인 연구를 진행하는 방식에 서툴 수 밖에 없다. 그나마 나는 미국 유학 시절 independent study를 한 경험이 도움이 되었다. 다른 나라는 잘 모르지만 아무래도 비슷하리라 여겨지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박사 과정 학생은 학생이 아니라 독립 연구자로 여기는 듯하다. 말 그대로 학생 스스로 연구자가 되어 학업을 진행하고 마쳐야 한다. 지도 교수는 그저 지도를 해줄 뿐이다. 중간 과정과 결과는 대부분 학생이 책임져야 한다. 이같은 생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도저히 살아 남을 수 없는 곳이 바로 영국 박사 과정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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