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봄학기 박사 과정 세미나를 다 마쳤다. 영국 학제로는 2022-2023년 학기를 마친 셈이다. 2022 가을 학기는 크리스마스로 인해 4회, 이번 2023 봄학기는 5회가 진행되었다. 매 번 3시간씩 진행됨. 2시간은 토론, 1시간은 MT와 LXX 강독.
분량과 상관없이 토론 자료를 제대로 이해하고 질의응답을 진행하기 쉽지 않고, 원전강독은 겨우 직독직해를 해내는 수준이다. 커리큘럼은 관련 지식을 순차적으로 쌓아올릴 수 있게 짜여졌지만, 학생의 입장에서는(어쩌면 나 혼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어째 자료를 읽으면 읽을수록 복잡성이 증가하는지 모르겠다. 레위기 본문도 이해가 안 되고, 학자들의 견해는 더 모르겠다. 반면 점점 확실해지는 건, 지도 교수가 레위기와 히브리서 해석에 새로운 길을 내고 있고, 나는 요한복음에서 선행연구와 다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정도이다. 또 확실한 건, 내가 지도 교수의 논지는 한정적으로 인용할 수 있고, 대부분은 나 스스로 만들어내야 한다는 사실이다.
오늘 동료학생과 대화하다가 그가 원전강독을 잘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는데, 학부 시절 Scott Hafemann 박사로부터 헬라어 초급과 중급을 배우고, 원전 강독 수업을 들었다고 한다. 이외 원전강독 수업을 열심히 수강한 듯싶다. 나는 신대원 시절 원전강독과 문법은 물론이고 Text Linguistics까지 했는데 왜 이 모양인지 모르겠다.
흥미로운 건, 지도 교수는 박사 과정 세미나보다 본인의 연구에 더 집중하길 원한다. 영국은 개인 연구만 잘 해도 박사 학위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논문 이외에는 부차적이다. 그러나 동시에 지도 교수는 강연 발표와 논문 투고를 격려하고, 세미나도 진행한다. 특히 자신이 지도하는 학생들로만 세미나를 진행하는 방식에서는 빠져나갈 길이 없다. 나로서는 다 잘해야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런 훈련이 박사 학위 취득 이후 활동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박사 학위 취득자들은 연구만 진행하지 못한다. 교수로 자리를 잡으려면 강의, 강연, 투고 등 다양한 활동을 병행해야 한다. 내가 볼 때 영국 박사 과정은 그 훈련장이다.
다음 가을 학기가 시작하기 전까지 나만의 시간이 주어졌다. 얼릉 Literature Review를 끝내고, 논문 집필을 시작할 수 있도록 마음을 잡아야겠다.
이 글을 집중해서 쓴 모양인지 벌써 종점인 버스 터미날까지 와 버렸다. 이 단락은 걸으면서 마무리함. 이 블로그에 올린 시점으로는 어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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