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말한 대로, 나는 동물묵시록을 목자-왕 전승과 연결 짓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일차적으로는 동물묵시록의 특징을 분석하고, 뒤이어서 목자-왕 전승과 비교해야 한다. 현재 내가 골몰하고 있는 주제는 '큰 뿔 달린 숫양'이다. 지난 글에 나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1. 뿔 달린 숫양으로 묘사되는 인물은 사울과 유다 마카비 둘 뿐이다.
2. 큰 뿔 달린 숫양은 오로지 유다 마카비 이외에는 없다.
이 두 가지가 중요한 이유는 동물묵시록에서 숫양과 뿔이 갖는 상징성 때문이다.
이러한 전제에 앞서 해결해야 할 질문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큰 뿔 달린 숫양'이 과연 유다 마카비를 가리키는가?"이다. 다수의 견해에 쉽게 노출되는 경향으로 인해 나 역시 별다른 의심 없이 큰 뿔 달린 숫양은 유다 마카비라고 받아들였다. 그러나 소수의 견해는 어디든 존재한다. Menahem Kister와 Eyal Regav가 바로 다수의 견해에 맞서는 소수 진영에 속한 학자들이다.
결론부터 말해, 나는 '큰 뿔 달린 숫양'은 유다 마카비로 봐야 한다는 다수의 견해를 지지한다. 소수 견해가 갖는 장점이 있지만, 그 장점은 다수의 견해를 취해도 설명이 가능하다. 문제는 소수 견해를 따르면 쉽게 풀 수 없는 의문들이 제기된다.
이 질문과 관련해서 파생되는 연결고리들이 있고, 지도 교수와 대화를 나눠야 할 주제들이라 현 단계에서는 내 생각만 짧게 남겨두려고 한다.
분단국가에 살고 있으나 실제로는 전쟁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는 세대라 실향민이나 전쟁 포로의 심정을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또한 고대 유대인의 사상과 심상을 갖지 않은 현대인으로서 그들의 생각을 온전히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치욕스러운 기간으로 여겨지는 셀류키드 제국의 치하에 놓인 유대인들이 어떤 생각을 품었을지는 그리 어렵지 않게 답할 수 있다.
셀류키드 제국으로부터 완전한 독립. 수많은 유대인은 오랫동안 사악한 셀류키드 제국을 물리치고 다윗 왕국에 버금가는 혹은 그 이상의 독자적인 나라를 꿈꾸었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유다 마카비가 등장한다. 제사장 가문 출신이지만 뛰어난 전술과 지도력으로 크고 작은 전투에서 승리한다. 유다의 죽음 이후에도 그의 형제와 자녀들이 엄청난 성과를 내고 있다. 끝내 예루살렘을 탈환하고 성전을 정화한다. 따라서 마카비 가문의 수장 유다 마카비는 그야말로 메시아이다. 헤스모니안 왕조에 대한 후대 평가는 분분할 수 있지만, 당시 유대인들에게 유다 마카비와 그의 가문에 거는 기대는 현 순간이 하나님의 종말론적 구원을 앞둔 시점이라고 믿는 데까지 나아간다고 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Joseph Klausner의 유다 마카비가 메시아로 인정 받지 못한 이유에 관한 연구는 흥미롭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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