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그대들에게.


오랜 시간 동안 검증받는 인생을 살고 있다. 지금은 유학생 신분으로 박사 과정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내 자신을 검증하고 있다.

내 지도 교수는 자신이 논문 지도를 하는 박사 과정 학생들만 대상으로 세미나를 진행한다. 내가 2년 넘게 지도 교수의 프로필을 지켜보고 있는데, 그가 지도하는 학생의 수가 4명을 넘은 적이 없다. 현재 지도 교수, 나, 동료 학생, 이렇게 3명이 세미나에 참석하고 있으며, 매 번 3시간 동안 진행된다. 앞 두 시간은 책과 소논문으로 토론하고, 남은 한 시간은 히브리어와 헬라어 강독을 한다. 지도 교수는 세미나를 통해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동시에 학생의 지식 습득 능력과 성경 원어 능력 등을 평가한다.

자신의 연구는 세미나와 별도로 진행해야 한다. 내 경우 세미나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내 연구를 병행할 여력이 나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현 세미나 주제가 내 연구 주제의 한 축이라 잠시 내 연구를 미뤄도 손해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현 시간 기준 이틀 전 동료 학생의 말을 들어보니, 현재 Probationary Review를 진행 중이라 그런지, 히브리어와 헬라어 본문을 20분 동안 훓어보고 왔단다. 그래도 대단한게 그 친구는 그렇게 해도 잘 넘어간다. 반대로 나는 조금만 방심하면 바로 티가 난다. ㅡㅡ;
 
다른 교수들은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학생들을 평가하는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내 지도 교수는 이같은 방식으로 자신의 제자들을 훈련하고 평가한다. 내가 직접 경험해보기 전에는 영국 박사 과정이 여유로워보였는데, 실제로는 꼭 그런건 아닌 듯싶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지도 교수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St Andrews로 이사 온 후 학업에 관해 한인 유학생들과 대화를 자주 나누는데, 이미 미국 Calvin Seminary에서 비슷한 대화들을 나누었으나, 여기서도 내 경험이 일반적이지는 않아 보인다.

난 전체적으로 뛰어난 역량을 가진 육각형 인재가 아니다. 내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면, 개별 능력치가 들쑥날쑥하고, 특정 한 두 영역이 높이 치솟은 형태이다. 그 능력치가 대학원 과정에서 고평가받는 상황이라 내가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생각한다. 특히 영국 박사 과정과 내 성향이 잘 들어맞는 듯하다.

내가 원어민처럼 농담이나 토론을 할 수 없어도, 성경 언어 분석에 특출나지 않아도, 페이퍼에서는 여지껏 주의할 만한 지적 상황이 전혀 없으니, 지도교수나 다른 평가자들이 내 학술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나로서는 내 부족함에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지만, 주요 평가가 좋아서 매 번 감사와 의아함이 공존한다.

학생은 훈련과 검증을 받아야 한다. 좋은 성적은 기본이고 평가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겨야 한다. 이상적으로는 육각형 인재가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인재는 언제나 소수이다. 대다수는 인재상과 평가 방식에 따른 우선순위에 따라 자신의 능력치를 키우고 두각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아래 링크는 이와 관련해 작년에 쓴 글이다.
비 영미권 유학생의 경쟁력: 남다른 시각과 실체화시키는 능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