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그대들에게.


박사 과정을 시작한 이후 수업을 들은 적이 한 번도 없다. 지도 교수가 자기 제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세미나는 주로 토론과 원전 강독으로 진행되므로, 전형적인 지식 전달과는 다른 교수법이다. 신학부 내 구약 분과와 신약 분과에서 매 학기 진행하는 세미나에서 그나마 강연자로부터 배울 기회가 있다. 오랫동안 관성적으로 익혀온 "공부한다", "배운다"는 개념이 완전히 달라지는 단계가 바로 박사 과정이다.

공부란 내가 선행 연구를 익히고 새로운 기여점을 찾아 글로 쓰는 것이고, 지도 교수는 내 연구가 성공적인 결과를 맺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을 맡는다. 지금껏 내 지도 교수가 한 일은 Probationary Review와 Annual Review 등 평가를 위한 의견과 일정 조율, 내 글에 대한 조언, 추후 계획에 대한 대화 등이 대부분이다. 나머지는 전부 내가 알아서 해야 한다.

지도 교수의 입장에서는 내가 선행연구를 잘 파악하고 있다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고, 내가 학계에 무엇을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알아야 비로소 본격적인 연구를 위한 준비가 되었다고 평가한다. 지도 교수가 간간이 내 연구와 관련된 학자들과 책을 소개해 주는데, 그 연구가 내 연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명쾌하게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 후 학교가 요구하는 시한 내에 자신의 논문을 단계별로 쌓아 올려야 한다. 스코틀랜드 소재 박사 과정은 full time 기준으로 3년 동안 학자금을 내고, 무상으로 1년을 연장할 수 있다. 연장에 대해서는 학교 규정을 참고하라. 학교 측에서는 평균 4년이 걸린다고 예상한다. 영국 학교의 장점이라면 학생의 역량에 따라 기간을 줄일 수 있다는 정도이다.

이제 본격적인 논문 작성 단계에 진입했고, 조만간 학교 규정으로 박사 과정 3년 차 학생이 된다. 박사 학위를 받기 전까지는 박사가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반복적으로 생각하게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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