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전문 지식이 깊어질수록, 내 고유한 기여가 늘어갈수록 선행연구를 반박하는 빈도가 잦아지게 된다. 예전에는 무너지지 않을 견고한 성벽과 같아 보였던 지식의 장벽이 지금은 빈 구멍을 충분히 찾아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바뀌고 있다. 학문의 우상화가 깨어졌다는 이점이 있지만, 가끔 학문이란 이다지도 허망한가 싶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학문이 무용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지금껏 선행연구를 쌓아 올렸기에 이만큼이라도 견고한 장벽을 세울 수 있었지, 무용론은 진리를 탐구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집요한 탐구 정신으로 선행연구를 반박하고 보완하는 작업을 지속해야 한다. 누구라도 이생에 궁극의 진리에 도달할 수 없겠지만, 진보한 진리를 맛보게 해 줄 수 있다면, 그 자체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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