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그대들에게.


기본적으로 박사 학위 논문은 적당히 끝낼 수 없다. 학부와 석사 학위를 최상급 학교에서 취득하지 않아 그 난이도를 가늠할 수 없지만, 내 경험에 한정한다면, 석사까지는 잘 마칠 수 있다. 성적은 또 다른 이야기임.

그러나 박사 과정은 다른 차원이다. 목회학 석사 학위 논문과 석사 학위 논문으로 지도 교수와 평가 위원으로부터 칭찬을 받았고, 박사 과정 신입생 통과의례인 Probationary Review를 수정 없이 단번에 통과했지만, 내 예상보다 더 긴 시간과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모든 과정이 그렇지만, 영국 박사 과정은 지도 교수의 재량이 상당하다. 기본적으로 박사 학위 논문에 요구하는 기준이 높지만, 명문대일수록 그 기준은 더 높아진다. 지도 교수가 기준 이상으로 엄격할 경우 학생은 더 험난한 길을 가게 된다. 내 지도 교수는 인격적으로나, 학문적으로나 상당히 훌륭하지만, 학생 선발에 엄격하고, 현재는 신약학 최고참이라 남들보다 더 높은 기준을 요구할 수 밖에 없다.

내 연구 주제가 만만한 주제가 아니다. 내 관심사는 주요 세 기둥으로 이루어져 있다. 내가 박사 과정 진학을 문의할 때 내 기준 TOP 5 학교 소속 교수진으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받은 이유는, 내 연구 주제가 그만큼 매력적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뒤집어 말하면 그만큼 어려운 작업이라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나는 참고문헌을 찾기 쉽지 않고, 혹여나 찾아도 내 입장과 비슷한 관찰을 찾기 힘들어서, 내 분석에 근거해 글을 써야 하는 부분이 상당하다.

마지막으로 박사는 학위 논문으로 평가받는다. 출신 학교와 지도 교수의 명성이 박사 학위 소지자를 평가하는 요소가 되긴 하지만, 연구자 개인으로서의 평가는 박사 학위 논문이다. 내가 박사 과정에 합격한 이후 교수님들에게서 들은 말은 학위 논문을 잘 쓰라는 조언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일단 학위 논문을 끝내버리고 싶지만, 서둘러 봉합했다가는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지 대략 알기 때문에 섣불리 갈무리 작업을 할 수 없다. 내 상황과 지도 교수의 평가 등을 고려해서 지혜롭게 대처해야 한다.

내 연구 제안서대로라면 2년 이내에 박사 학위를 마칠 수 있을 줄 알았다. 어쩌면 입학과 동시에 내 제안서대로 연구를 진행했다면 2년 내에 끝낼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학교마다 절차가 있다. 또한 지도 교수의 지도 방향과 요구 사항이 있다. 더하여 나는 한국에서 distance learning으로 학위 과정을 시작해서 1년 그 이상의 시간 소비가 있었다. 게다가 지도 교수가 그리스-로마 문헌을 연구 범위에 포함하라는 조언을 거절할 수 없었다. 이러다 보니 결국 조만간 박사 과정 4년 차에 접어들게 된다.

후회는 소용없다. 후회에 감정과 시간을 소비하느니 현 상황을 돌파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난 그만큼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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