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그대들에게.


교수가 학생의 페이퍼를 평가할 때 글 자체 보다 외관적인 요소로 판단할 때가 있다. 수업 시간에 발표용으로 제출된 페이퍼의 경우 교수가 미리 읽어볼 시간이 없어서 즉흥적으로 평가를 해줘야 하므로, 글을 꼼꼼히 읽지 못하고 틀에 대한 평가를 먼저 하는 식이다. 그중 하나가 참고문헌이다.

 

내 경험인데, 목회학 석사(MDiv) 시절 세 번 정도 레퍼런스에 관한 지적을 받은 적이 있다. 어렴풋이 셋 다 1~2학년 시절에 있던 일로 기억되는데, 영문 자료를 열심히 읽으려 했지만, 한글로 된 책을 더 많이 읽었다. 학생인 나는 선지식이 워낙 없었고 교수님들은 최신 경향에 밝은 분들이라, 나의 미천함이 그대로 드러났다.

 

한번은 Lenski 주석을 인용했다가 "이런 주석은 보는 게 아닙니다"라는 말을 들은 거 같고, 또 한번은 목회와신학인가 두란노에서 나온 책을 인용했다가 "어떻게 이런 책을 인용하나?"라는 말을 들었다. 당시 내가 신대원에서 막내로 가장 어렸고 교수님들과 자주 보는 사이라 이런 말도 자연스럽게 하실 수 있었다고 믿는다. 다른 수업은 히브리어 원전 강독이었나, 히브리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으신 분에게 국내 저자가 쓴 히브리어 문법서를 인용했다가 "그런 용어는 없습니다"라는 지적을 받아 얼굴이 화끈거린 적이 있었다.

 

이 경험들로 인해 자극을 많이 받았다고 기억한다. 이후로 한글 자료 인용을 대폭 줄이고 영문 자료에 치중했으며, 학계에서 인정하는 수준으로 눈높이를 올렸다. 그 덕에 졸업 이전에 영문 자료만으로 인용을 채울 수준이 되고, 문헌 수준도 제법 높아져 있었다. 칼빈 시절에 참고문헌이나 인용에 대한 지적을 받은 적이 없었고, 현재 재학 중인 학교에서도 그와 관련된 지적은 없다. SBL 방식에 더 친숙해지라는 조언을 듣기는 했다. 엠디브 때 겪은 경험이 나에게 큰 유익이 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