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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하나님?

추천도서 2015. 2. 25. 14:40

교회기도모임에서 시편을 본문으로 인도하다보니, 시 109편와 같은 저주를 담은 시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에 대해서는 "시편과 정치"에서 짤막하게 다루고 차후 연구주제로 놔두었는데, 찜해두었던 『복수의 하나님?』을 구매하게 되어 틈틈이 읽었다.


앞서 쓴 글에서 개인적으로 시 109편의 저주에 대해서는 그 정경적 가치를 인정하지만, 오늘날에도 저주를 해도 된다는 결론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본문의 저주가 혹독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런 혹독함은 현대 독자들만이 아니라 신앙의 선배들도 느꼈던 모양이다. 다만 그들이 받은 충격이 아주 큰 탓인지, 아니면 정경적 성경해석방법론이 정립이 안된 탓인지, 원수시편과 저주시편에 대한 그릇된 해석들을 내놓았다.


가령 기독론적 복음(십자가의 긍휼과 사랑)에 부합하지 않는 본문들은 배제하는 마르시온주의나 이와 유사하게 잔혹한 폭력성이 드러나는 구약을 열등한 본문으로 치부하고 신약에 더 권위를 둔다거나, 구약은 유대교의 하나님으로 신약은 기독교의 하나님으로 구분하는 등 갖가지 사례들이 그 예이다. 저자인 에리히 쨍어(Erich Zenger)는 이러한 해석적 전통을 1-2장에 걸쳐서 나열하며 원수시편과 저주시편의 해석적 어려움을 드러낸다. 


3장에서는 시편 자체에 대한 통찰로 시편의 폭력성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서 고찰한다. 본문의 폭력성은 단순한 폭력이 아니며 저자는 자신의 기도대로 현실에서 자행하지도 않는다. 저자는 가해자가 아닌 폭력으로 인해 고통을 당하고 있는 약자이며, 그의 폭력성은 단순한 보복이 아니라 하나님의 정의에 기반한다! 예나 지금이나 하나님의 의로운 종말론적 심판에 대해 그릇된 이해를 갖고 있는 자들이 많으나, 종말의 때에 하나님은 자신의 의로 공평과 정의를 바로 세우실 것이다.


4장에서는 원수시편과 저주시편의 해석학을 다룬다. 현대 독자들은 이 장을 통해 해당 본문에 대한 해석지침을 정립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앞으로 연구를 통해 기여할 수 있는 과제이기도 한거 같다.


5장에서는 실천적으로 오랫동안 예배에서 배제되온 원수시편과 저주시편을 예배 기도로  사용하는 방안에 대해서 다룬다. 어쩌면 이 부분이 현실적으로 가장 도전이 되는 과제로 보인다. 하지만 이 시편들 역시 구약적 상황속에서 실제 기도였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진지하게 고민하고 적용해야 할 과제인건 분명하다.


바램이 있다면, 에리히 쨍어의 시편해석 4권 중 마지막 책을 번역했다는데 그 앞선 책들도 번역되었으면 좋겠다. 독일어는 도저히...



복수의 하나님

저자
에리히 쨍어 지음
출판사
대한기독교서회 | 2014-03-20 출간
카테고리
종교
책소개
구약사상문고 시리즈 8권. 독일 뮌스터대학 교수로 재직했던 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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