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에 미친 듯이 책을 읽던 시절이 있다. 당시 목표는 1년 100권이었고, 실제로 3년 동안 340권이 넘는 책을 읽었다. 요령이 없어서 정독을 했고, 권수를 채우려고 얇은 책을 끼워 넣지 않고 순전히 내 관심사에 의해 책을 결정하고 읽었다.
인터넷 서점이 서로 최저가 경쟁을 하던 시기이고, 블로그가 주목을 받았다. 출판사와 인터넷 서점에서 서평단 모집을 열심히 하던 시기이기도 하다. 책은 주로 도서관에서 빌리고, 서평 활동으로 책을 받아서 읽었다.
언제부터인가 서평이라는 걸 쓰지 않는다. 학교 과제물이거나 지도 교수에게 공부했다는 증거로 삼으려고 쓰기는 한다. 이외에는 막 떠오르는 생각이나 내 관심사와 관련해서 파편적으로 흔적을 남길 뿐이다.
내가 서평을 쓰지 않는 이유는 이렇다. 일단 내가 서평을 쓸 만큼 책을 제대로 이해했다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형식적으로 쓰자면, 책의 구성과 요약, 주요 기여 사항과 한계를 지적하면 되지만, 내가 진정 저자의 글을 이해하고 선행 연구와 현 학계 상황을 이해하고 있느냐로 이어지지 않는다. 가방끈이 길어질 수록 주요 저널에서 서평자 요구 조건으로 최소 박사 과정 학생 이상으로 제한하는지 납득이 된다.
다음으로 지적질은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 지적질 자체가 두리뭉실해서 실요성이 떨어지고, 내가 개떡 같이 말해도 저자가 찰떡 같이 알아들어서 다음 저술에 반영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내 지적은 그냥 지적으로 끝난다.
대안으로 저자가 되기로 했다. 어차피 학위를 받으려면 논문을 완성시켜야 한다. 중간 중간 소논문을 발표도 해야 한다. 앞으로 연구자로 길이 열린다면, 주기적으로 글을 써내야 한다. 내 관심사와 내 능력에 한해서 내 글로 말하려고 한다. 박사 학위를 받고 나면 서평 쓰는 능력도 많이 나아지겠지.
'성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교인 우민화 목회 (0) | 2021.10.25 |
---|---|
버림의 미학 (0) | 2021.10.22 |
정확한 인용 표기와 인용 줄이기 (0) | 2021.10.19 |
글쓰기 연습 (0) | 2021.10.19 |
학교를 다니는 이유: 학습법과 교수법 (0) | 2021.10.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