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이사야의 고레스 예언을 고민하고 있다. 애초에 박사 과정에서 이사야의 목자 은유를 별도로 다루려고 했는데, 에녹 1서의 동물묵시록에서 중요한 논증을 차지할 듯하여 신중하게 다루고 있다. 비록 1년 동안 연구가 지체된 감이 없잖아 있지만, 고레스 예언을 통해 이사야와 동물묵시록의 목자 은유를 동시에 다루었으니 전체적으로는 진일보한 감이 있다고 생각한다.
고레스 예언을 보면 그 자체로 의문스러운 지점이 한둘이 아니다. 정복자 이방 왕 고레스는 하나님으로부터 "내 목자"이자 "야웨의 기름부음 받은" 자로 일컬어진다. 고레스 예언은 다윗 언약을 기반으로 다윗 계열의 왕이 등장한다고 믿었던 고대 이스라엘의 신념에 어긋나며 그들로부터 반발을 받는다. 정복자의 신을 추앙했던 고대 근동 지역의 관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고레스는 마르둑을 칭송했으며, 야웨는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설령 고레스의 아들 캄비세스가 이집트 정복 이후 그들의 신 레(Re)의 아들로 불리웠다는 기록은 있어도, 패전국의 신 야웨가 고레스를 세웠다는 예언은 상식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이사야의 고레스 예언은 이전 관습을 뒤집는다. 그 근거는 야웨가 창조주라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패전국의 신이 창조주라는 선언은 청중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 결국 하나님은 "스스로 숨어 있는 자" 그리고 "이전부터 그것을 알게 한 자"라는 양면적 속성으로 자신을 계시하신다.
이스라엘의 회복에 관한 예언들, 실질적으로 다윗 계열의 후손이 아니더라도 이방 왕을 통해 그같은 업적을 성취하실 수 있다는 전환적 사고를 가진 자들만이 이사야의 고레스 예언을 믿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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