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그대들에게.


선한 목자 담론의 배경으로 에스겔서 34장과 예레미야 23장, 스가랴 11장 등이 가장 많이 언급된다. 여러 구약 본문 중에서도 에스겔서 34장의 영향을 강조하는 견해가 대세이다. 반면 나는 목자-양 은유와 초막절을 근거로 스가랴서 9-14장이 배경이라는 전제를 하고 있다. 스가랴서 9-14장이 여러 목자 본문 가운데 선한 목자 담론의 위치와 의미를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설득력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한 목자의 자발적인 죽음은 목자-양 은유 용례에서 설명할 수 없는데, 예수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권위를 주장하신다. 목자의 자발적인 죽음이라는 유일무이한 전례는 예수의 아들됨과 하나님의 언약으로 설명할 수 있다. 선한 목자의 죽음에 관한 기원을 찾을 수는 없지만, 요한복음의 논리로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하려고 했다.

그러나 에스겔서 34장이 선한 목자 담론의 배경이라는 주장을 수용하고도, 여전히 목자의 죽음을 예수의 아들됨과 하나님의 언약으로 풀 수 있는 연결점을 찾아냈다. 그간 내가 고려했던 요소이었건만, 에스겔서 34장을 배제한 탓에, 두 본문의 유사성보다 차별성에 더 주목한 탓에 놓치고 있었다.

이로써 선행 연구의 대세를 수용하면서도, 여전히 내 독창성을 견지할 수 있는 길을 찾았다. 내 결과물이 극복해야 할 저항선이 낮아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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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진행 중인 요한복음 10장 선한 목자 담론과 관련하여 구약 성경을 분석하는 작업이 꽤 많다. 구약 성경을 읽고 분석할 때 후대 편집의 영향이라고 느껴지는 부분들이 적지 않지만, 내 관심사와 방법론으로는 현 구약학자들의 주요 관심사인 역사비평 혹은 편집비평은 다루지 않는다.

다만 예언서를 읽을 때 특정 신학의 형성과 발전을 추론하도록 자극하는 지점이 있다. 가령 예언서에 나타난 묵시적 성격이라던가, 다윗 메시아사상의 약화라든가, 고대 이스라엘 역사의 특정 시점에 발화되어 발전될 만한 사상이라던가 기존 이념의 발전 혹은 약화 등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런 변화는 분명 예언자의 활동 시대를 반영하거나 후대 편집에 의한 결과물로 볼 수 있다.

근래에는 본문 형성 시기마다 신학을 정리하는 연구도 나오고 있다. 어제 도서관에서 요한복음 주석 중 이런 시도를 한 자료를 보았음.

성경 연구자들은 성경의 권위를 인정하면서도 최종 형태의 신학과 형성 단계별 신학을 분석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래야 고대 이스라엘의 역사에서 신학 형성사를 추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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