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그대들에게.


2019년도에 박사 과정 진학을 위해 교수진들과 대화를 나눠보고, 2020년 10월 말부터 박사 과정을 시작해서 3년 넘게 지도를 받은 내 경험에 주변 사례를 보고 들으며 느낀 최고의 지도 교수의 조건은 대략 이러하다.

첫 번째는 무조건 학생이 박사 과정을 마칠 수 있도록 조력하는 지도 교수이다.

코스웍과 종합시험이 존재하는 학교에서는 최소한 박사 과정 수료까지는 가능하게 만들어주지만, 입학 전부터 연구 제안서(Research Proposal)로 잠정 지도 교수를 찾아야 하는 영국에서는 박사 과정 수료라는 개념이 낯선 곳이다. 교수진도 매년 평가받으므로 의무적으로 학생을 지도해주지만, 무관심과 방치에 가까운 사례들이 적지 않다. 반대로 자신이 원하는 분량과 방향을 못 따라 올 경우 포기하는 사례도 적잖이 있다.

좀 거칠게 말하자면 정상(?)이 아닌 교수들이 제법 있다. 내가 볼 때 강의 전담 혹은 연구 전담이 되어야 하지만, 경력과 봉급 등을 이유로 교수 트랙을 밟는 이들이 적지 않다.

예전에는 교수의 명성, 이력, 연구 성과 등을 우선순위로 두었으나, 지금은 학생이 박사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지도 교수가 최고이다. 학생의 상황에 따라 지도법을 바꾸고, 학생의 필요에 적절히 반응하며, 학생의 논문이 나아갈 방향을 잘 지도해주는 교수를 찾아야 한다. 교수진을 일일이 조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박사를 배출해 본 경험이 있거나 지도에 능숙한 교수를 지도 교수로 삼아야 한다. 간혹 교수 중에 본인의 이력서에 자신이 배출한 박사와 지도 중인 학생을 기재한 사례가 있음 (당연히 참고 사항일 뿐 절대적이지 않으니 유의할 것).

두 번째는 장학금 혹은 경제적 지원을 해 줄 수 있는 지도 교수이다.

칼빈 시절 동기 목사님이 학교 보지 말고 장학금 주는 학교로 가라는 조언을 자주 들었다고 한다. 의아스러운 건, 그 조언을 하신 분이 내가 재학 중인 학교에서 석박사를 마치셨다는 사실인데, 아마도 본인이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은 사례가 아닌가 싶다. 사실 나도 영국 박사를 오랫동안 목표로 삼았고, 지금은 빠르면 올 해안으로, 늦으면 내년에 졸업이 예상되는 상황이지만, 재정적인 측면을 고려하면 딱히 추천해 주고 싶지 않다. 최근에는 독일 박사를 추천해 주고 싶다.

재정적 요소는 제법 큰 변수가 될 수 있으므로, 장학금이나 경제적 지원을 해줄 수 있는 지도 교수가 두 번째로 좋다고 할 수 있다. 장학금은 입학 때 받지 못하면, 다음 기회는 거의 없다는 게 유념해야 할 사실이다. 내 생각에 장학금은 대체로 석사 과정에서 장학금 수상 이력이 있는 지원자에게 배분될 가능성이 높다. 

세 번째는 정치력(?)이 있는 지도 교수이다.

학생 지도와 평가, 구술시험(PhD viva) 등 지도 교수가 좌우할 수 있는 요소들이 몇 가지 있다. 정치력을 자신을 위해 쓰는 교수들이 대부분이지만, 학생을 위해 적당하게 정치력을 구사하는 지도 교수들이 있다.

몇 가지 더 있겠지만, 위 세 가지 사항이 가장 중요하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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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성서학회(European Association of Biblical Studies)에서 주관하는 연례 학회에 제출한 제안서가 모두 수락되었습니다. 
 
첫 번째 주제는 "The Johannine Good Shepherd and the Response of the Audience in John 10"으로, 요한복음 10장의 선한 목자 담론에서 예수의 가르침과 그의 청중이 보인 반응을 다룰 예정입니다.

두 번째 주제는 "The Origins of the Shepherd Motif and the Divine Presence in the Book of Revelation: Reading Revelation 7:9–17 and 21:1–8 in Light of Zechariah 14"로 요한계시록 7:9-17에 나타난 목자 모티프와 21:1-8에 나타난 하나님의 임재를 동일한 주제로 연결되며, 두 본문 모두 스가랴 14장의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할 예정입니다.

이번 학회는 불가리아 소피아 대학교(Sofia University, Bulgaria)에서 개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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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 일정이 확정되었다. 내 발표 시간은 4월 4일 (목) EDT 11:30, 한국시간 5일(금) 00:30이다. 주제는 "Reading the Lamb of God (Jn 1:29) as a Johannine Christological Title"이며, 세례 요한의 "하나님의 어린 양"을 요한의 의도대로 예수의 기독론적 칭호로 이해하자는 주장을 펼칠 예정이다. 초록은 첨부된 이미지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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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진영에서 가장 큰 성서학회인 CBA(Catholic Biblical Association)의 2024 Mid-Atlantic Regional Meeting에서 "Micah’s Shepherd as Judge and Redeemer"라는 주제로 발표를 마쳤다.

이 모임은 Virginia Theological Seminary에서 진행 중이며, 나는 줌(zoom)으로 발표에 참여했다. 파워포인트를 준비했으나 서둘러 진행되는 바람에 그냥 낭독으로 진행해야했다.

학회 발표 준비하면서 미가의 목자-양 비유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졌고, 현 학계에서 현역으로 활동 중인 분들 앞에서 발표할 기회를 가져서 뜻깊은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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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영국 박사 학위를 선택한 이유와 현 상황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나를 포함해 영국에서 현재 박사 과정을 진행 중인 유학생들까지는 영국 박사가 주는 이점을 누릴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학비, 보험료, 생활비 등 전반적인 상승률이 무섭다. 센앤 신학부 박사 과정은 작년 신입생부터 2만 파운드를 넘겼고, 보험료는 60% 인상, 월세는 50% 이상 상승, 전기세와 가스비도 날뛰고 있다. 더구나 환율마저 야금야금 놀라서 한국 돈 1,000원이 영국에서 600원 할까말까다.

대부분의 영국 박사 과정은 코스웍이 없어서, 돈으로 시간을 산다는 생각으로 이점을 누려왔으나, 이제는 그마저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제 영국 박사는 정말 쩐의 전쟁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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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와 경쟁력

끄적 2024. 3. 8. 00:39

아마 다들 비슷할 듯싶은데, 분야에 상관없이 경력 초기에는 외부 활동 기회가 거의 주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어느 시점에 이르면 기회를 골라잡아야 하는 순간이 다가온다. 

작년 학회 발표는 1회에 그쳤다. 전 세계적으로 대면 모임을 취소/연기하는 추세의 영향인 탓도 있고, 문헌 조사(a literature review)를 준비하느라 논문의 방향성을 검토한 영향도 있다.

올해 채택된 발표 제안서는 6개이다. 이미 제안서를 제출해서 결과를 기다리거나 앞으로 준비해야 할 것까지 포함하면 최대 7개가 늘어날 수 있다. 차후 결과에 따라 올해 발표는 최소 6회에서 최대 13회 이상이 될 수 있다. 앞으로 Call for Papers가 더 나올 수 있음. 일일이 물어보지는 않았으나 들은 바에 의하면 꽤 적극적으로 발표 활동을 했던 학생이 7~8회 정도라고 하는데, 나는 그 이상을 할 거 같다.

만약 올해 12월에 졸업하지 못해, 내년에도 학회 활동을 하면 20회도 넘볼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학교에서 본교 학생에게 최소 1회 정도 발표 기회를 준다. 대부분 논문 막바지 단계에 있거나 근래 학위를 수여한 박사에게 기회를 준다. 나 역시 조만간 신학부 신약학 세미나에 발표하게 될 거다.

내 생각에 박사 과정 학생이면 발표 기회가 널려 있다고 봐야 한다. 최소한 Graduate/Postgraduate를 대상으로 Conference/Seminar/Symposium 등이 있고, 제안서가 그럴듯하면 일반 학회에서도 발표가 가능하다. 내가 볼 때 기회가 적고 많음은 상대적이다.

*사진은 올해 제안서를 제출한/할 학회 목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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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가서의 마지막은 하나님의 개입을 요청하는 미가의 기도(8-20절)가 자리하고 있다. 여기서 미가의 네 번째 목자 은유(14-17절)가 나타난다.

미가의 기도는 대적을 향한 심판으로 시작한다 (8-13절). 하나님의 대적을 향한 논쟁과 심판은 곧 이스라엘에게는 광명에 이르는 길이요 공의의 실현이다 (11절).

성벽 건축은 이스라엘의 회복으로 볼 수 있다 (11절). 예루살렘 성벽이 재건될 때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이 본국으로 돌아온다 (12절). 반면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이 머물렀던 타지는 심판으로 인해 황폐하다 (13절).

이제 미가의 네 번째이자 마지막 목자 은유가 시작된다.

14 원하건대 주는 주의 지팡이로 주의 백성 곧 갈멜 속 삼림에 홀로 거주하는 주의 기업의 양 떼를 먹이시되 그들을 옛날 같이 바산과 길르앗에서 먹이시옵소서

주의 백성은 "갈멜 속 삼림에 홀로 거주하는 주의 기업의 양 떼"와 같다. 

갈멜은 풍요로운 지역의 상징으로, 목자들에게는 최상의 목초지로 여겨졌다. 이 사실은 갈멜에서 목축을 생업으로 했던 한 사람의 예에서 명백해진다.

삼상 25:2 마온에 한 사람이 있는데 그의 생업이 갈멜에 있고 심히 부하여 양이 삼천 마리요 염소가 천 마리이므로 그가 갈멜에서 그의 양 털을 깎고 있었으니

심판 선포에서 갈멜이 등장하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그 지역의 풍요로움을 보여준다.

훔 1:4 그는 바다를 꾸짖어 그것을 말리시며 모든 강을 말리시나니 바산과 갈멜이 쇠하며 레바논의 꽃이 시드는도다

암 1:2 그가 이르되 여호와께서 시온에서부터 부르짖으시며 예루살렘에서부터 소리를 내시리니 목자의 초장이 마르고 갈멜 산 꼭대기가 마르리로다

사 33:9 땅이 슬퍼하고 쇠잔하며 레바논은 부끄러워하고 마르며 사론은 사막과 같고 바산과 갈멜은 나뭇잎을 떨어뜨리는도다

반대로 회복 선포에 갈멜이 등장하는 이유 역시 그 지역이 갖는 풍요로움이라는 상징성 때문으로 보인다.

사 35:2 무성하게 피어 기쁜 노래로 즐거워하며 레바논의 영광과 갈멜과 사론의 아름다움을 얻을 것이라 그것들이 여호와의 영광 곧 우리 하나님의 아름다움을 보리로다

또한 양 떼가 홀로 갈멜에 있는 이유는 그 지역이 안전지대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암 9:3 갈멜 산 꼭대기에 숨을지라도 내가 거기에서 찾아낼 것이요 내 눈을 피하여 바다 밑에 숨을지라도 내가 거기에서 뱀을 명령하여 물게 할 것이요

미가의 기도에서 갈멜이 중요한 이유는, 아마도 그가 예레미야의 선포를 인용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렘 50:19 이스라엘을 다시 그의 목장으로 돌아가게 하리니 그가 갈멜과 바산에서 양을 기를 것이며 그의 마음이 에브라임과 길르앗 산에서 만족하리라

갈멜은 양 떼에게 최상의 목초지이자 안전지대이지만, 중요한 사실은 삼림에 홀로 거주하고 있다. 즉 양 떼에게는 목자가 없다. 그래서 미가는 "주의 기업의 양 떼를 먹이시되 그들을 옛날 같이 바산과 길르앗에서 먹이시옵소서"라고 간청한다.

미가는 이 양 떼를 "주의 기업의 양 떼"라고 하여 하나님과 이스라엘의 관계를 상시시킨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목자이시고,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양이다. "옛날 같이"는 이러한 사실을 강조한다. 미가는 목자 은유를 통해 하나님과 이스라엘의 관계 회복을 간청하고 있다.

미가의 네 번째 목자 은유의 또 다른 특징은 출애굽 모티프와 결합에 있다.

15 이르시되 네가 애굽 땅에서 나오던 날과 같이 내가 그들에게 이적을 보이리라 하셨느니라

목자 은유와 출애굽 모티프의 결합은 목자의 '인도'와 '보호'라는 역할과 출애굽의 '구원'이라는 상징이 잘 결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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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청소 일 시작

끄적 2024. 3. 6. 06:04

오늘부터 교회 청소 일을 시작했다. 일은 화요일과 토요일, 이틀이고 본인이 편한 시간에 하면 된다. 총시간은 2시간 30분~3시간 사이로 예상한다.

유학 이전부터 영국은 학비와 생활비 등 전반적으로 비용 지출이 심해서 어지간하면 공부에 집중해서 기간을 줄이라는 조언을 들었다. 지인 중 일과 학업을 겸업하는 분이 계시는데, 그분도 어지간하면 공부를 빨리 끝내라고 말씀하신다. 유학 동안 가급적 일을 하지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선뜻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학회 발표로 인해 비용 지출이 적잖이 늘었기 때문이다. 제안서가 수락되면 학회에 가입해야 하는데, 멤버십 비용부터 학회 참석 비용, 더하여 교통비와 숙박비, 식비까지 필요하다. 공부의 필요충분조건이 돈이라는 사실은 진작에 알고 있었으나 학회 활동도 돈이라는 사실을 몸소 깨닫고 있다.

박사 학위를 받고 한국으로 돌아가면 유럽으로 나올 기회가 그리 많지 않지 않을까 싶어서, 가급적 영국에 머물 때 세미나 활동을 통해 해외로 다니려다 보니 교회 청소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다행이라면 지정된 요일 내에 내가 편한 시간에 일하면 되고, 에너지 소비가 크지 않으며, 시간당 급료가 괜찮다. 최소 캐나다 몬트리올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다녀올 수 있고, 혹여나 EABS Annual Conference 2024에 참석하게 되면 불가리아 소피아에도 다녀올 수 있다.

3~8월 말까지는 딴생각할 여지 없이 지내게 생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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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의 『일리아스』의 용례 분석을 얼추 마쳤으니, 이제 『오뒷세이아』를 읽으면 된다.

최우선 순위는 3월 9일 (토) 미국 현지 시간 오후 2:30~3:15 (영국 시각 오후 7:30~8:15)에 예정된  "Micah's Shepherd as Judge and Redeemer" 원고와 자료 화면(ppt)을 준비하는 작업이다.

이후로는 4월 1~4일(월~목)에 계획된 SBL Global Virtual Meeting 2024의 발표 주제인 "Reading the Lamb of God (Jn 1:29) as a Johannine Christological Title"과 관련된 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주최 측에서는 21일(목)까지 관련 자료 중 하나를 업로드하고, 25일(월)까지 최종 업로드를 안내하고 있다.

그다음은 22일(금)에 버밍엄에 위치한 Queen's Foundation에서 열리는 JSEC (Seminar on the use of Jewish Scriptures in Earliest Christianity [formerly the use of the OT in the NT])에서 발표할 "Rethinking the Origins of John 7:37-39" 원고와 자료 화면을 준비해야 한다.

4월 초까지는 발표 준비로 분주할 예정이다. 잠시 논문 작업하다가 5월 15일(수)까지 또 다른 발표 원고를 세미나 위원회에 보내 검토를 받아야 하고, 6~7월은 해외로 세미나 발표를 다녀와서 8월 22-24일(목~토) 글래스고대학교에서 열릴 BNTS 2024에 참석해야 한다.

앞으로 논문 작업과 학회 발표를 병행으로 적잖이 바쁠 예정이다. 목표는 7월 말~8월 초 사이 학위 논문을 제출하는 것인데, 내 바람대로 논문과 발표가 잘 맞물려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길 바라고 있다. 정 안되면 올해 가을학기부터 박사 과정 4년차에 진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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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의 주요 작품 중 하나인 『일리아스』에서 '목자'의 용례는 세 가지 분류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왕(혹은 지휘관)을 지칭하는 경우이다. 두 번째는 전투 장면(과 관련 사건)을 묘사하는 방식이다. 세 번째는 문자 그대로 목자와 관련된 진술이다.

호메로스가 『일리아스』에서 사용한 목자의 용례 중 첫 번째는 왕(혹은 지휘관)을 지칭하는 경우이다. 호메로스는 왕(혹은 지휘관)을 지칭하는 용어로 '백성들의 목자'라는 칭호를 빈번히 사용한다. 이 칭호는 총 39회 사용되고, 총 19명에게 적용되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논문과 관련된 내용이라 생략한다.

호메로스의 '백성들의 목자'라는 칭호가 중요한 이유는 고대 그리스 사회에 왕을 목자로 비유하는 사례를 증명하기 때문이다. 이 용례를 통해 고대 그리스 사회에 목자-양 비유 혹은 목자-왕 전승이 존재했다고 간주할 수 있다.

두 번째로, 호메로스는 전투 현장을 생생히 묘사할 때 목자-양 비유를 사용한다. 다음은 그 사례 중 일부이다. 목자와 양의 관계에 주목하라.

튀데우스의 아들은 다시 한번 선두 대열 속으로 섞여 들어갔다. 안 그래도 그는 트로이아인들과 싸우고자 진작부터 기세가 올라 있었는데, 이제는 무려 세 배의 기운이 그를 사로잡은 것이다. 그 모습은 마치 들판에서 털복숭이 양 떼 곁에 있던 목자가, 울타리를 뛰어남은 사자에게 생채기만 입힐 뿐, 제압하지 못하는 것과 같았다. 그가 사자의 힘만 돋워놓은 채 막아내지는 못하고, 우리 안으로 숨어들어 가니, 버려진 양 떼는 겁에 질려 도망친다. 양들은 서로를 향해 무더기로 쓰러지고 달아오른 사자는 마당 깊숙한 곳에서 부터 뛰쳐나온다. 꼭 그런 모습으로, 강력한 디오메데스는 작정하고 트로이아인들에게로 섞여 들어갔다. 5. 134-143

그가 이렇게 말하자 빛나는 눈의 아테네는 디오메데스에게 기운을 불어넣었고 그는 닥치는 대로 살육하기 시작했다. 칼에 맞은 자들에게서는 지독한 절규가 치솟았고, 대지는 피로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마치 목자 없는 염소 떼나 양 떼에게 사자 한 마리가 독기를 품고 다가와 뛰어오르듯이, 튀데우스의 아들은 트라케인들에게 다가와 열두 명을 쳐 죽였다. 10.482-488

세 번째로, 호메로스는 실제로 목자 혹은 양과 관련된 사건을 서술하기도 한다.

양떼를 많이 둔 퉤에스테스 2.106

노토스(북풍)가 산꼭대기에 안개를 쏟아부으면, 목동에게야 좋을 리 없겠지만, 3.10-11

이 육중한 소리는 멀찍이 떨어진 산속 목자의 귀에도 들린다 4.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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