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그대들에게.


두 편집자의 공통점

끄적 2019. 9. 30. 14:09

시간 날때 틈틈이 보는 책이다. 내 연구 제안서와 관련된 주제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두 편집자의 글을 읽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가 케임브리지대학교에 지원할 때 잠정 지도 교수로 지정한 사람이 바로 James Carleton Paget 박사이다. 그가 내 제안서를 보고 "실행 가능한 제안서"라고 평가해 주었고 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지도교수가 되어 줄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결과는 불합격.

최근 옥스퍼드대학교 Markus Bockmuehl 교수에게 박사 지도 문의 메일을 보냈었다. 답장은 다소 긍정적이었으나 지원서 마감일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대화를 나눠보자며 여러 제안을 했다. 연구 제안서 수정에 대한 말도 있었다. 현재 내가 답장을 해야 할 차례.

결론은 두 편집자 모두가 내가 박사 지도 문의를 했던 교수들이라는 점이다. 결과에 상관 없이 둘다 "메시아 사상"에 관심이 있어서 내 연구 제안서에 반응을 해준 것.

앞으로 두 학교에 지원하지 않을 예정이지만 이야기거리 삼아 글로 남겨 본다.

'끄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학교 명성, 지도 교수, 그리고 장학금  (0) 2019.12.10
새로운 거인을 기대하며  (0) 2019.11.26
도전 그 자체만으로  (0) 2019.09.27
글자 수 제한의 의미  (0) 2019.09.09
세인트앤드류스대학교 영국 2위 등극  (0) 2019.09.09
,

내년 영국 학교 박사 과정 신약학 전공 입학을 목표로 여러 학교에 지원서를 제출한 경험을 정리하였다.

 

1. 각 학교의 요구사항을 정확히 숙지한다.

이전 학교 목록에서 과정 설명 옆 링크를 눌러 요구사항을 꼼꼼히 읽어본다.
관련글: 영국 학교 박사 과정 신약학 전공 https://survivor.tistory.com/986

 

특히, 영어 성적을 잘 봐둔다. 아이엘츠(IELTS)를 기준으로 세 단계 6.5, 7.0, 7.5로 나눌 수 있다. 영국에서 학부 3년 이상을 공부하면 공인 영어 성적 제출에 대한 면제를 요청할 수 있다. 간혹 Applicant Portal에서 영미권에서 공부한 경력이 있으면 자동으로 영어 성적 요구 조건이 사라지기도 한다. 하지만 무조건 영어 성적을 요구하는 학교들이 있어서 가급적 영어성적을 취득해두는 게 유리하다.

 

올해부터 옥스퍼드대학교에서 GRE를 요구하지 않는다. 이로써 영국 학교를 위해 GRE를 준비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요구사항에서 명시하지 않았을 뿐, GRE 점수가 있으면 가산점을 받을 확률이 높다.

 

자기소개서(Stagement of Personal)를 명시하지 않은 학교들이 있는데, Potal 계정을 생성해서 각 항목을 살펴보면 자기소개서를 올려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따라서, 학교별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Potal을 둘러보면 정확히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2. 각 학교의 교수진을 파악한다.

최대한 자신의 연구 주제와 중첩되는 교수들을 찾는다. 자신의 연구 주제와 맞지 않아도 소속 분과에 속해 있다면 명단에 넣는다.

 

위 학교 목록 옆 교수 명단을 쭉 훑어본다. 간혹 전공과 상관없는 분과에 소속되어 있는 교수들이 있기도 하다.

 

3. 각 학교에서 자신의 연구 제안서(Research Proposal)를 수용해 줄 잠정 지도 교수(proposed supervisors)를 찾는다.

이메일 본문에는 박사 지도에 대해 문의한다는 말과 함께 자신의 간단한 이력을 적는다. 이력서(CV), 연구 제안서, 샘플 페이퍼(sample of work)를 첨부해서 보낸다.

 

이력서는 Resume와 Curriculum Vitae로 나눠진다. 간혹 Resume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학교가 있지만, 학계에서는 CV가 표준이다.

 

연구 제안서는 학교마다 요구하는 글자 수(length of words)가 다르다. 최소 500자를 제시하는 학교가 있는데, 보통 최대 1,000자 이내를 요구한다. 제안서에는 박사 과정에서 진행하고 싶은 연구를 설명해야 하는데, 문제 제기, 연구사, 연구 방향, 방법론 등을 다뤄야 한다. 영국 학교에서는 교과학습(coursework) 없이 바로 논문을 써야 하므로, 교수들은 제안서를 가장 집중적으로 본다. 그만큼 영국에서 박사 과정을 하려면 제안서에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샘플 페이퍼는 자신의 연구 역량과 글쓰기 능력을 보여주는 용도이다. 단언할 수 없지만, 내 짐작에는 교수들이 훑어보는 정도이고 아예 읽지 않는 경우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내게 관심이 있는 교수는 샘플 페이퍼도 검토하기 때문에 주제와 상관없이 자신의 글 중 가장 잘 쓴 걸 보여주면 된다. 물론 제안서와 연결된 페이퍼를 보여주면 더나은 반응이 온다. 분량은 보통 15-20쪽 정도를 요구한다. 대부분의 학교가 샘플 페이퍼는 1개를 요구하는데, 케임브리지대학교는 최대 2개를 낼 수 있고, 옥스퍼드대학교는 의무적으로 2개를 제출해야 한다.

 

4. 관심을 보여준 교수의 질문과 요구 사항에 잘 대응한다.

앞 단계에서 이메일을 보내고 나면 답장을 보내는 교수들이 있다. 교수들의 반응을 잘 살피고, 질문과 요구 사항에 잘 대응해야 한다. 내 경험상 보통 1번 정도는 지원자를 파악하기 위한 질문을 던진다. 적절한 대답을 할 경우 바로 지원서를 제출하라고 한다. 간혹 2번 이상 피드백을 주기도 하는데, 그만큼 관심이 있다는 의미이다.

 

이 단계가 정말 중요하다. 왜냐하면 합격을 좌우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답장은 신중하고 정확하게 해야 한다. 서두르게 답장할 필요가 전혀 없다.

 

5. 지원서를 제출한다.

교수가 답장에 만족하면 지원서를 제출하라고 한다. 이제 그 교수를 Portal에서 잠정 지도 교수로 명시하면 된다.

 

여기서 유의해야 할 사항은 교수가 지원서를 제출하라고 해서 기존에 작성한 연구 제안서를 그대로 업로드하면 안된다. 반드시 교수의 질문과 요구 사항을 반영한 이후에 업로드를 해야 한다. 교수가 제안서를 수정하라고 말은 안 했지만, 선발 위원회에서 제안서를 검토하는 단계에서 잠정 지도 교수가 읽게 되어 있다.

 

6. 결과를 기다린다.

합격자 발표까지 보통 4-6주 정도가 소요된다. 지원서 마감일을 기준으로 2주 후부터는 인터뷰 요청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서, 지원서를 제출하고 인터뷰를 준비해야 한다. 간혹 인터뷰를 생략하는 학교가 있다.

 

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지도 교수가 바뀌는 경우가 있다.

 

7. 결과의 수용 여부를 결정한다.

합격 통보(an offer)를 받을 경우 본인의 의사에 따라 수용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수락할 경우 앞으로 진학할 학교 사무실과 지도 교수와 연락하면서 미래를 준비하면 된다.

 

 

여기까지가 지난 8개월가량 박사 과정 진학을 준비하며 겪은 과정이다. 지원자마다 개인 역량, 희망 사항, 판단기준이 다르고, 학교 사무실 직원이나 교수들의 반응이 다를 수밖에 없어서, 개인이 직접 경험하며 지혜롭게 대처해야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판단보다는 합격 통보를 받은 학교 내에서 본인의 학업과 생활 환경 등을 고려하여 최선의 선택을 하면 된다.

 

나는 내년부터 영국 학교에서 공부할 예정이다. 다들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

,

현재 연구 제안서에서 제시한 방법론은 총 네 가지이다.

1. 전승 비평(tradition criticism), 2. 은유 비평(metaphoric criticism), 3. 상호본문성(intertextuality), 4. 본문 주해(exegesis)

논란의 여지가 없는 본문 주해를 제외하고, 세 방법론을 내 의도에 따라 적재적소에 사용하려면 해박한 이해가 필요한데, 지금껏 각 개념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는 탓에 어설프게 윤곽만 그리고 있다. 문제는 방법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는 교수를 만족하게 할 답변을 어떻게 찾느냐에 달려 있다. 현재 예상으로는 박사 과정에서 제일 공을 들여야 하는 부분이 방법론으로 보임. 이 글에서는 각 방법론의 최고 전문가를 언급하는 선에서 마무리를 하고자 한다.

1. 전승 비평
보수 진영에서 달가워하지 않는 Hermann Gunkel이 발전시킨 방법론이라고 한다. 양식 비평(Form Criticism)에서 세분되어 나온 방법론이다. 근래에는 R. N. Whybray가 최고 전문가로 보이는데, 안타깝게도 20여 년 전에 작고하셨다.

R. N. Whybray https://en.wikipedia.org/wiki/R._N._Whybray

2. 은유 비평
'은유'의 개념은 Janet Soskice의 정의를 따르는 학자들이 많다. 아쉽게도 그녀는 이미 은퇴했다.

Janet Soskice https://www.divinity.cam.ac.uk/directory/janet-soskice

3. 상호본문성
최근에 가장 많이 사용되지만, 여전히 논란이 많은 방법론이다. 최근 은퇴한 Richard Hays가 이 방법론을 성서학에 접목한 사람이다.

Richard Hays https://divinity.duke.edu/faculty/richard-hays

'연구주제 > 방법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은유 어휘군  (0) 2023.08.27
,

도전 그 자체만으로

끄적 2019. 9. 27. 13:38

올해 가장 공들였던 두 프로젝트가 실패로 끝났다. 하나는 케임브리지대학교 박사 과정에 불합격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공모전 입상에 실패한 것이다. 둘 다 교수들의 권면으로 시작했고, 1월 중순부터 5월 말까지 아주 열심히 했으나 아쉽게도 결과는 좋지 않았다.

케임브리지대학교 교수진으로부터 "실행 가능한 제안서"라는 평가를 받고 지원했지만, 세계 최고 인재들과 펼친 경쟁에 밀려 불합격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공모전은 내 연구 주제와 영어 글쓰기에 높은 평가를 받고 극비리에 진행했으나, 공모전의 주제적 적합성에 부합했던 경쟁자들에게 수상의 영광이 주어졌다. 이번 입상자 명단을 확인해 보니 1등과 2등이 케임브리지대학교 박사 과정 학생이었고, 3등은 듀크 신학교 박사 과정 학생이었다. 토종 한국인에 이제 막 석사 과정을 마친 내가 최정상급 학교 박사 과정 학생들과 경쟁한 것이다.

세계에 나보다 뛰어난 인재들이 널렸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최선을 다해 도전한 만큼 낙심도 컸다. 하지만 유학 2년 만에 교수의 권면으로 세계 정상급 인재들과 경쟁해 볼 기회를 가졌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나 자신을 자랑스러워할 만하다는 점 역시 잊지 않고 싶다.

'끄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로운 거인을 기대하며  (0) 2019.11.26
두 편집자의 공통점  (0) 2019.09.30
글자 수 제한의 의미  (0) 2019.09.09
세인트앤드류스대학교 영국 2위 등극  (0) 2019.09.09
번역 순서  (0) 2019.08.17
,

 

영국에서 신약학(New Testament)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공부할 수 있는 학교를 정리하였다.

※학교 이름은 오름차순으로 정렬하였다.

 

1. Durham University - Department of Theology and Religion

[과정 설명] https://www.dur.ac.uk/theology.religion/postgrad/researchdegrees/

[교수 명단] https://www.dur.ac.uk/theology.religion/staff/profile/

 

2. King's College London - Department of Theology & Religious Studies

[과정 설명] https://www.kcl.ac.uk/trs/postgraduate/phd-research

[교수 명단] https://www.kcl.ac.uk/trs/about/people

 

3. University of Aberdeen - Divinity and Religious Studies

[과정 설명] https://www.abdn.ac.uk/sdhp/divinity-religious-studies/new-testament-1213.php

[교수 명단] https://www.abdn.ac.uk/sdhp/divinity-religious-studies/people-1700.php

[특이 사항] Dr Jutta Leonhardt-Balzer의 갑작스러운 이탈로 교수 충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Dr Tomas Bokedal는 계약직이다.

 

4. University of Cambridge - Theology and Religious Studies

[과정 설명] https://www.graduate.study.cam.ac.uk/courses/directory/dvdvpdptr

[교수 명단] https://www.divinity.cam.ac.uk/directory/teaching-officers

 

5. University of Glasgow - Theology and Religious Studies

[과정 설명] https://www.gla.ac.uk/postgraduate/research/theologyreligious/

[교수 명단] https://www.gla.ac.uk/subjects/theology/staff/

 

6. University of Edinburgh - School of Divinity

[과정 설명] https://www.ed.ac.uk/studying/postgraduate/degrees/index.php?r=site/view&edition=2019&id=65

[교수 명단] http://www.ed.ac.uk/divinity/our-people/academic-staff

 

7. University of Exeter - Theology and Religion

[과정 설명] https://humanities.exeter.ac.uk/theology/research/pg/

[교수 명단] https://humanities.exeter.ac.uk/theology/research/people/

 

8. University of Manchester - Religions and Theology

[과정 설명] https://www.manchester.ac.uk/study/postgraduate-research/programmes/list/03195/phd-religions-and-theology/

[교수 명단] https://www.alc.manchester.ac.uk/about/people/staff-directory/religions-and-theology-staff/

 

9. University of Nottingham - Department of Theology and Religious Studies

[과정 설명] https://www.nottingham.ac.uk/pgstudy/courses/theology-and-religious-studies/theology-and-religious-studies-phd.aspx

[교수 명단] http://www.nottingham.ac.uk/theology/people/index.aspx

 

10. University of Oxford - Theology and Religion

[과정 설명] https://www.ox.ac.uk/admissions/graduate/courses/dphil-theology-and-religion

[교수 명단] https://www.theology.ox.ac.uk/research-and-teaching-staff

[특이 사항] 영국 학교 중에서 요구사항이 가장 까다롭다.

 

11. University of St. Andrews - Divinity

[과정 설명] https://www.st-andrews.ac.uk/divinity/prospective/pgr/

[교수 명단] https://www.st-andrews.ac.uk/divinity/people/

 

학교 명성, 교수진, 지원 난이도 등을 종합하면 총 1~3군으로 나눌 수 있다.

※분류는 주관적일 수 있다.

학교 이름은 오름차순으로 정렬하였다.

 

1군

1. University of Cambridge

2. University of Oxford

 

2군

1. Durham University

2. King's College London

3. University of Edinburgh

4. University of St. Andrews

 

3군

1. University of Aberdeen

2. University of Glasgow

3. University of Exeter

4. University of Manchester

5. University of Nottingham

 

최종확인 2019년 9월 24일 현재

,

학교마다 연구 제안서와 샘플 페이퍼의 글자 수를 제한하고 있다.

영국 학교에서 요구하는 연구 제안서의 글자 수는 보통 1,000자이다. 500자 정도를 요구하는 곳도 있다.

샘플 페이퍼는 대충 3,000~5,000자 사이로 기억한다. 석사 과정에서 쓰는 페이퍼 분량이 보통 15~20쪽이고, 많아 봐야 30쪽 정도이니 글자 수 제한에 매이는 경우가 거의 없다. 더구나 샘플 페이퍼는 수정을 요구하는 곳이 없어서, 박사 지도 문의를 하기 전에 잘 만들어두면 사실상 끝이다.

연구 제안서는 다르다. 학교 교정에 따른 글자 수 제한을 언급하는 교수들이 종종 있다. 내 경우 교수와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글자 수가 점점 늘어나는데, 흥미롭게도, 제안서에 만족한 탓인지 글자 수에 대해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다. 더 재밌는 건, 지원서를 제출하라고 말하면서도 수정 사항을 알려줌.

'끄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 편집자의 공통점  (0) 2019.09.30
도전 그 자체만으로  (0) 2019.09.27
세인트앤드류스대학교 영국 2위 등극  (0) 2019.09.09
번역 순서  (0) 2019.08.17
내 맘대로 성서학 UK TOP3  (0) 2019.08.11
,

세인트앤드류스대학교(University of St. Andrews)가 옥스퍼드대학교(University of Oxford)를 물리치고 영국 2위 학교로 올라셨다는 기사이다. 케임브리지대학교(University of Cambridge)는 확고히 1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St Andrews beats Oxford to take second place in Guardian university rankings
https://www.theguardian.com/education/2019/jun/07/st-andrews-beats-oxford-to-take-second-place-in-guardian-university-rankings

얼마 전, 나는 "내 맘대로 성서학 UK TOP3"라는 글을 썼다. 그 이유가 궁금하다면 이 글을 읽어보시라. 
https://survivor.tistory.com/980

평가 자체가 절대적이 될 수는 없다. 분야나 평가 기관에 따른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가디언'이라는 공신력이 있는 언론사에서 이런 기사가 나왔다는 건 의미가 있어 보인다.

'끄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전 그 자체만으로  (0) 2019.09.27
글자 수 제한의 의미  (0) 2019.09.09
번역 순서  (0) 2019.08.17
내 맘대로 성서학 UK TOP3  (0) 2019.08.11
예언자와 제사장의 갈등  (0) 2019.02.12
,

글을 쓸 때 주장을 하려면 근거 제시가 확실해야 합니다. 학자들 사이에 암묵적 합의가 있다 해도, 글로 표현할 때는 독자가 해당 지식이 없다는 전제에서 충분한 사례를 제시해야 합니다. 오늘은 그에 부합하지 못하는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사례의 출처는 Commentary on the New Testament Use of the Old Testament에서 요한복음을 저술한 Andreas J. Köstenberger의 글입니다.

 

Several OT passages hint at the Messiah’s self-sacrifice (see esp. Isa. 53:12).


저자는 메시아의 자기 희생을 암시하는 여러 구약 본문들이 있다고 서술합니다. 그러면서 특별히 이사야 53:12을 보라고 합니다. 여러분은 이 문장에서 어떤 부분이 잘못 되었다고 생각하시나요? 

만약 위 문장 그대로 보면 독자는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1. 여러 구약 본문들이 있는데, 저자가 그 본문을 다 다루지 않았다. 지금 제가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입니다.
2. 여러 구약 본문들이 없는데, 저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 사례를 들지 않은 이유가 거기에 있다.

1번에 해당한다면 저자가 불성실한 탓이고(혹은 바빠서 실수한 경우), 2번에 해당한다면 저자의 양심을 거스른 탓입니다. 충분한 지식 없이 두루뭉실하게 썼다고 보는거죠.

저자가 "여러 구약 본문들"(several OT passages)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면 괄호 안에 그 본문들을 최소한 3 군데 이상을 제시해야 합니다. (A; B; C...) 그 다음에야 강조하고 싶은 본문을 보라고 해야 맞습니다. 이렇게요. (A; B; C. See esp. Isa. 53:12).

아니면 "대표적인 본문은"(the represent passage)으로 바꾸고, "특별히"(esp.)를 삭제해야 합니다.

The represent OT passage hints at the Messiah’s self-sacrifice (see Isa. 53:12).

사소한 실수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 작은 실수가 여러분들의 학문적 엄격함을 증명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논문작성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대착오의 사례?  (0) 2020.03.28
무조건 기한을 지켜라  (0) 2019.12.18
주장과 근거  (0) 2019.01.23
중복과 한영병기  (0) 2019.01.23
한영병기와 저자의 의무  (0) 2019.01.23
,

목자-왕 전승은 요한복음 10장 선한 목자 담론의 주요 배경이다. 예수의 가르침과 유대인들의 반응은 당시 목자에 대한 공통적인 이해가 있다는 증거이다. 실제로 요한복음에서 많은 유대인들이 예수를 다윗적 구세주(Davidic messiah)로 믿었다.

목자-왕 전승은 다윗적 구세주 사상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나, 둘 사이의 관계에 대한 자세한 연구는 미흡하단 상황이다. 특히 요한복음에서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다.

기본적으로 목자는 양 떼를 야생동물로부터 보호하고 물과 초장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이 둘 사이의 관계를 백성을 위한 왕의 의무로 규정한 것이 바로 목자-왕 전승이다. 그래서 목자나 왕의 죽음을 말하지 않는다.

다윗적 구세주 사상은 목자-왕 사상을 근간으로 한다. 다윗은 그 누구보다 목자-왕 전승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 어린 시절 다윗은 목자로서 양을 지켰다. 또한 전통적으로 목자와 양 떼, 즉 목자라는 한 개인과 양 떼라는 집단으로 비유되는 관계를 시편 23에서는 하나님과 개인의 관계로 적용하기도 했다. 하나님께서는 다윗의 후손들이 영원히 이스라엘을 통치한다고 약속하셨고(다윗언약), 이스라엘 백성은 그 약속에 기대어 새로운 다윗의 등장을 기대했다. 이것이 바로 다윗적 구세주 사상이다. 그래서 다윗적 구세주 사상에서 목자의 죽음은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예수께서 목자-왕 전승과 달리 선한 목자의 죽음을 가르치셨고, 그로 인해 유대인들 사이에 논쟁이 벌어졌다. 도대체 예수는 어떤 근거로 선한 목자의 죽음을 가르치셨는가? 이것이 나의 질문이자, 박사 과정에서 풀어야 할 과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