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그대들에게.


영미권에서 살다보면 당황하는 순간 중 하나가 내가 예상하는 단어와 원어민이 사용하는 어휘가 다를 때이다. 보통 내가 '영향을 주다'를 포함한 영작을 한다면 affect나 influence를 사용한다. 그런데 근래 'impinge'란 단어를 자주 본다.

 

impinge
동사 1. 자동사 격식 [V]
(특히 나쁜) 영향[지장]을 주다
He never allowed his work to impinge on his private life.

 

우선 나는 이 단어에 익숙하지 않다. 어휘력을 늘릴 필요가 있다.

또한, 사전적 의미에 '(특히 나쁜)'이라는 설명을 읽고 실생활이나 페이퍼에 활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 부분은 사전적 의미에 집착하는 역효과라고 할 수 있다.

 

비영어권 학습자가 원어민처럼 영어를 할 수 있는 비결은 모방이다. 내 생각이나 선호도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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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자신의 연구를 마무리하며, 후속 연구가 진행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내비쳤다. 조그만 기다려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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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은 금물

끄적 2020. 12. 19. 21:17

조금 전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해당 전공에서는 손꼽히는 학교에 재학하던 박사 과정 학생이 최근에 중도 퇴출당하였다는 소식이다. 

내가 알기로 웨신 출신 유학생은 열 명이 안 된다. 6명 정도 되나? 애당초 얼마 안 되는 인원인데, 3명이나 중도에 포기했다. 1명은 개인 역량과 상관없이 건강과 재정 문제가 맞물려 도저히 학업을 지속할 수 없었다. 나는 이런 사례를 가장 안타깝게 생각한다. 다른 1명은 내가 정확한 사유를 모르나 추측은 된다. 나머지 1명은 오늘 소식을 접한 학교로부터 퇴출당한 사례이다.

첫 사례와 마지막 사례는 돌발 상황이 없다면 박사 학위 취득이 무난하지 않을까 싶었다. 내가 웨신에 재학할 때 그 두 사람을 직접 보기도 했고, 둘 다 주변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나와 친밀한 관계는 아니었지만, 주변에서 들은 말이 있어서 나도 기대가 있었는데 그만큼 충격적인 소식으로 남는다.

덩달아 A 교수가 내게 한 말이 자꾸 떠오른다. "전도사님은 지금 유학에 성공한 사례만 보고 있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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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대학교에서 졸업 논문이 없어지고, 대학원 석사 과정에서조차 논문 대신 시험으로 대체되는 현실이다. 이런 토대에서 글쓰기 능력은 더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나 학위 과정에서 작문 실력을 배양시키는 훈련 과정은 부실하다.

굳이 학위를 취득해서 얻는 이득이 무엇인지 알 길이 없지만, 내가 장담할 수 있는 건, 현업 종사자들과 채용 담당자들은 지원자와 몇 분만 대화해보면 진짜 실력을 가늠할 수 있다. 시간과 돈, 편법까지 동원했는데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다면, 더 비참한 꼴을 볼 텐데 왜 이런 짓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대학원생 지상과제 논문통과 위해 컨설팅업체까지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0831

현재 박사 과정에 재학하고 있다. 그 전에 석사 과정을 두 번이나 밟았다. 첫 석사 학위는 기회가 되면 국내 박사 학위를 하려고 시작했다. 유학을 결심하고 교수들에게 조언을 구했는데, 한국인이 바로 박사 과정에 들어가서 성공적으로 학위를 마치는 경우는 없다며 석사 과정부터 시작하라고 하기에 미국에서 두 번째 석사 학위를 받았다. 작년에 박사 진학을 위해 1년 가까이 시간을 들였고, 지금은 박사 과정에서 첫 학기를 보내고 있다.

비교적 건강한 학교에 다녔지만, 대학교 4년과 대학원 4년, 총 8년 (목회학 석사 과정 3년을 더하면 총 11년) 동안 별의별 경험을 다 했다. 할 말이 없지는 않지만, 논문 작성에 관해서만 말하자면, 논문 작성법은 총 3번 이수했는데 정말이지 무엇을 배웠는지 모르겠다. 

첫 논문 작성법은 부실한 강의에 졸업 논문이 필수에서 선택으로 바뀌는 계기가 되었고, 두 번째 이수할 때는 원론적인 수업이라 딱히 유익이 없었으며, 미국에서 경험한 세 번째 논문 작성법은 구직에 실패한 강사의 무성의한 강의에 편하게 학점을 이수했다. 논문컨설팅업체의 존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지만, 그 업체를 찾아야 하는 수요자의 입장은 부분적으로 이해가 된다. 슬픈 현실이지만 내 미래에 진심으로 관심두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공급과 수요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현 상황이 이해된다. 특히, 학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더 그렇다. 학교에서 채용할 수 있는 교수직은 한정되어 있다. 그리고 학교는 기업처럼 구직활동이 활발한 조직이 아니다. 이 말은 곧 박사 학위 소지자가 많이 배출될 필요가 없다는 의미가 된다. 반면 박사 학위를 취득하려는 사람은 많다. 수요는 적은 데 공급은 많다. 학교에서 인재를 키우지 않아도 외부에서 충당할 수 있는 구조이다. 

이런 불합리한 구조에서 학생이 할 수 있는 선택은 그리 많지 않다. 모범 답안은 남들보다 경쟁력을 갖추는 것인데, 국내는 물론이거니와 힘들게 유학을 나가도 세상에 똑똑한 사람이 왜 이리 많은지 절망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 자신이 지급한 만큼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지금과 같은 비정상적인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논문 컨설팅업체 ‘박사님’ 지도 받으려면 수백만원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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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복음에서 절기는 아주 중요한 기능을 한다. 내가 10장 선한 목자 담론에 제기한 질문에서 결정적인 논증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는 매개체가 바로 절기이다. 한동안 유월절과 초막절의 관계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예수의 죽음을 해석할 때 연상되는 절기는 유월절이다. 하지만 예수님이 목자의 죽음을 가르치시는 때는 초막절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내가 벽에 부딪히는 느낌을 받는다. 세례 요한이 예수의 사역을 선포하는 1:29 역시 유월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예수의 죽음과 초막절은 도무지 연결되지 않는다. 이걸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고 있었는데, 오늘 결정적인 단서를 찾은 느낌이 든다. 며칠 전부터 이와 비슷한 가정을 내려놓고 있었는데, 오늘 확신을 하게 되었고 퍼즐 조각을 살짝 바꾸니 논리가 탄탄해지는 듯하다. 물론 차후에 변화가 생길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박사 과정 기한을 줄이고 싶어서 마음 졸이는 압박감이 적잖이 있었다. 이제는 당분간 지도 교수의 요구 사항에 집중해도 마음이 놓일 만큼 준비가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것이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라는 게 함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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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필요한 책이 주로 학위 논문을 수정해 저자의 첫 출판으로 삼은 사례가 많다. 아쉽게도 이런 책은 무지 비싼 편이다. 돈은 없고 지금 시기에 도서관은 우주 여행급 상상이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고, 저자의 출신 학교 도서관에서 학위 논문을 다운로드해 인쇄해서 보고 있다. 영국으로 건너가 대조 작업을 거쳐야겠지만, 엠바고(embargo)에 걸리지 않아 주요 내용을 파악하고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다행이라 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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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시간 관리

끄적 2020. 11. 27. 05:03

방금까지 내 연구와 관련된 자료를 읽었다. 어쩌다 새벽을 지새우게 되었으나, 내가 지금까지 축적해온 구상과 얼개가 헛되지 않았음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오히려 내 연구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


다행히 지금까지 검토한 자료는 내 편에 서 있다. 문제는 확장될 연구 범위만큼 검토해야 할 자료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텐데, 내가 얼마나 시간 관리를 잘하느냐에 따라 박사 과정 기한이 정해진다. 시간을 알차게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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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교수가 내준 과제는 『에녹 1서』를 다루는 것이다. 『에녹 1서』는 메시아사상, 특히 내 연구의 핵심 주제인 목자-왕 전승에서 중요한 제2성전기 문헌이다.


내가 송혜경 박사의 『구약 외경 1』을 구매한 이유는 이 책이 구약 위경에 관한 드문 한글 자료이며, 『에녹 1서』와 『솔로몬 시편』 번역을 제공하고 있어서다. 나는 차후에 『솔로몬 시편』도 다루어야 한다.


지도 교수가 George W. E. Nickelsburg와 James C. Vanderkam의 영역본을 추천한 거로 보아, 내가 어떤 번역본을 봐도 무방하다. 설마 에티오피아 원문과 대조해서 보라는 의미는 아니었겠지.


애초에 한글로 전체 내용을 파악하고 영역본을 보려고 했다. 그런 내 계획에 차질이 생겼는데, 『에녹 1서』는 그리스어 본문을 채택한 탓에 전문 번역이 아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른 원문은 누락된 부분이 없는 거로 확인된다. 나처럼 『에녹 1서』 전체를 읽어야 한다면, 바로 영역본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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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교수로부터 이메일이 왔다. 지금 시간이면 토요일 점심 식사를 느긋하게 하고 갑자기 내 생각이 나서 이메일을 보낸 모양이다.

내용은 본인이 추천하는 책에 관한 이야기이다. 자신을 포함해서 여러 기고자의 글을 모은 책인데, 내 연구에 도움이 될 거란다. 친절하게 서평을 첨부해 주셨다. 현재 학교 도서관에 있으니 스캔할 수 있을 거라는 말은 꼭 읽으라는 말로 들린다. 독일어를 읽을 수 있냐는 질문은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고...

누군가 독일어가 필수가 아닐 수 있다고 했는데, 미리 온라인 강의를 시작해둔 게 다행이다. 최소한 몇 달 전에 독일어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은 할 수 있으니까... ㅡㅡ;

이제 생각나서 보냈다고 했으니까 다행이지, 몇 달 전에 독일어 할 수 있냐고 물어보면서 서평 첨부해 보냈으면 식겁했겠다.

작년에 옥스퍼드대학교 A 교수가 나에게 입학 전에 독일어와 프랑스어를 공부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괜히 한 게 아니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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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교수가 화상 회의 이후 바로 내 초안을 보고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의 Comment 기능으로 몇 가지 조언을 해주시고, 이메일로 총평과 제안을 해주셨다.

총평으로 글쓰기와 각주 처리 모두 Good으로 평가해 주셨다. 주제를 선정하고 글 쓰는 시간을 얼마 갖지 못해서 혹시나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을까 신경이 쓰였는데 다행히 결과는 좋았다. 다만 각주처리에서 SBL 방식을 잘 따르고 있는데, 최신판을 좀 더 숙지하라고 하셨다.

제안은 작업 방식을 바꾸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렇게 훈련되어서 그런지, 아니면 내 성격 탓인가, 나는 큰 그림부터 그리는 Top-Down 방식을 선호한다. 그런데 지도 교수는 나에게 현 단계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한다. 달리 말하면, Bottom-Up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내 기준으로 보면, 둘 중 어느 방식을 선택해도 향하는 방향은 동일해서 수용하기로 했다.

사람은 첫인상이 중요하다고 했다. 지도 교수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이메일로 좋은 인상을 주었지만, 실제 지도 과정에서 첫 만남과 첫 페이퍼 지도는 차후 일정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매사에 신중하게 접근했다. 이제 서로 좋게 출발을 했으니 적정한 긴장을 유지하면서 내 할 일을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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