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그대들에게.


인내와 성과

끄적 2022. 12. 16. 10:22

미국 유학 3년, 그리고 한국에서 2년가량 distance learning을 진행하며 probationary review를 통과하고, 현재 영국에서 지루한 나날을 견뎌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20대 중반에 학기와 방학의 구분 없이 연구소에서 일요일 밤부터 금요일 오후까지 시시때때로 밀려오는 외로움과 따분함에 맞서 학구열을 불태우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시절과 비교하면 유학은 비교적 쉬운 편이다.

객관적으로 현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영국 박사 학위라는 목적을 위해 달려온 여정에서 상당 부분을 거쳐 왔다. 지금까지 버텨온 날들에 비하면 앞으로 2-3년은 희망에 가까운 나날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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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성서학을 전공하는 이유는 기독교 신앙의 정수인 성경을 제대로 알고 싶어서이다.

내게 학문은 신앙과 동떨어진 영역이 아니다. 내게 학문은 신앙과 사실상 하나이다. 나는 학문을 통해 내 신앙을 바라보고, 역으로 내 신앙을 통해 학문에 전진한다. 누군가는 나에게 학문적 객관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지적할 지 모르나, 나는 학문과 신앙은 분리될 수 없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맥락에서 나는 남들처럼 성경을 역사학자로 접근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나는 내 자신을 신학자로 규정한다.

학문적 의문은 대체로 연구를 통해 해결이 가능하다. 반면 신앙적 의문은 지식만이 아니라 체험적 요소가 수반되어야 한다. 나로서는 학문적 의문을 푸는 과정이 신앙적 의문을 대할 때 보다 훨씬 수월하다.

최근 개인적 의문이 하나 생겼는데, 앞으로 어떤 과정을 겪게 될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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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현황

끄적 2022. 11. 22. 00:53

미국 석사 유학 영상이 전체 영상의 39% 가량의 조회수를 차지한다. 그만큼 미국 유학에 관심이 많다는 반증이다. 좋아요 횟수도 이에 비례한다.

현재 St Andrews에 머물면서 영국 유학에 대해서 영국 교육 과정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내가 배우는 부분들이 있다. 다들 이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있고, 실력이나 재정적인 측면에서 큰 걱정이 없다.

나는 여전히 성서학, 특히 신약학은 영국 유학을 추천한다. 하지만, 이 곳 상황은 처절하다. 왠만한 실력으로는 못 살아남을 확률이 높고, 실력과 별개로 납부금과 생활비 등 재정적 압박이 크다.

미국 유학 시절 나와 대화했던 여러 동문들이 미국이나 캐나다 대학을 최종 선택한 이유들이 이제는 이해가 된다.

이와 별개로 난 현재 생활에 아주 만족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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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도움이 된다

끄적 2022. 10. 26. 00:56

기회가 될때마다 말하는데 내가 익힌 학습법은 대부분 웨신 시절에 교수들로부터 보고 들은 것들이다. 당시에는 이해가 안되고 그러려니하고 받아들였지만, 내게 실제 상황으로 다가왔을 때 그때 그들의 말이 기억나서 매사에 무난하게 처리할 수 있었다.

이번 학기에는 박사 과정 세미나를 두 번이나 참석했다. 개인적으로 현 과목에 별 관심이 없고 당장 내게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지도 교수 역시 지금 당장 내게 도움이 되라고 세미나를 진행하는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선 현재 진행 중인 박사 과정 논문에 일부 도움이 되면서, 더나아가 내가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중진급 학자가 될 무렵 지향해야 할 연구 방법을 몸소 보여주고 싶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경험상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말 한마디도 허투로 하지 않는데, 2주마다 3시간이라는 시간을 할애하면서 열정적으로 진행하는 모습을 보면 분명 내가 보지 못하는 큰 그림이 있으리라 짐작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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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웨신 재학 시절 칠십인역 이사야서 전공자가 칠십인역 과목을 개설한 적이 있었다. 내 성적표에 그 수업에 관한 기록이 없는 걸로 보아 동시간대에 다른 과목을 수강한 모양이다. 

#2
칼빈 재학 시절 추천서 확보를 위해 구약학 교수에게 3학점 independent study와 졸업 조건인 major paper를 맡아달라고 부탁했었다. 그녀는 내 연구 주제가 흥미롭다며 둘 다 받아주었다. 나는 independent study에서는 미가서를 다루었고, major paper에서는 예레미야서와 에스겔서를 다루었다. 세 본문 다 MT를 기준으로 진행했다.

#3 
현재 지도 교수의 박사 과정 세미나(Doctoral Seminar)가 진행되고 있다. 세미나 주제는 "Readings in Septuagint and Sacrifice"이다. (내년에는 Sacrifice를 다룰 예정이라고 한다) 참가자는 지도 교수와 그의 제자 두 명이다. 진행은 칠십인역에 관한 소논문과 책을 토론하고 레위기 MT와 LXX를 강독하는 방식이다.

동료 학생의 연구 주제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지만, 분명 나와 그의 연구 주제가 세미나 주제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내 경우 Sacrifice에 대한 이해가 충족되면 사실상 논문 작성은 쉽게 끝 난다.

현재 나는 고대근동 문헌부터 구약/히브리 성경, 제2성전기 문헌 등 연구 주제와 관련된 자료들은 거의 다  다루고 있다. 구약은 MT를 기준으로 하지만, 논쟁이 있을 경우 LXX를 다룰 예정이다. 이미 학계의 추세를 알고 있어서, 현실적으로 나에게 칠십인역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아도 된다. 이와 무관하게 세미나는 진행되겠지...

#4
Martin Hengel은 『The Septuagint as Christian Scripture: Its Prehistory and the Problem of Its Canon』에서 Harmut Gese의 글로 자신의 글을 마무리짓는다:

A Christian theologian may never approve of the masoretic canon. The continuity with the New Testament is in significant measure broken here. It seems to me that, among the effects of humanism on the Reformation, the most fateful was that the reduced pharisaic canon and the masoretic textual tradition which was appealed to as a 'humanistic' source were confused with one another and the apocrypha were set aside. With the thesis of the essential unity of the Old and New Testaments, of the one biblical tradition, the precarious question of the Christian interpretation of the Old Testament was settled... The New Testament brought the formation of Old Testament tradition to an end, a final conclusion. The formation of biblical tradition is thus, as a whole, concluded and thus, for the first time, in a deeper sense, canonical.


히브리어 기록은 신성하다는 신념 아래 히브리 성경은 초기부터 큰 이문 없이 지금까지 전해져 왔다. 이와 달리 칠십인역은 당대 일상 언어로 수많은 디아스포라 유대인들 사이에서 공유되고 발전되어 왔음에도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어느 누구도 성경의 형성사에 대한 정답을 흔쾌히 내놓을 수 없다. 단지 우리는 참고할 수 있는 자료들을 토대로 역사적 재구성을 시도할 뿐이다. 그리고 믿음의 사람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대하는 방식에 대해 상상할 수 있을 뿐이다. 히브리어냐 헬라어냐는 언어학적 구분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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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 숙소에 도착해 룸메이트에게 평소대로 인사하고 "viva 준비를 충분히 했냐?"고 물었다가 한참 동안 진지한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내용인즉, 심사위원 중 한 명이 자신이 제출한 논문을 다 읽지 못해서 심사일정을 연기했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심사일 하루 전에 일방적으로 통보해주는 건 무슨 일인지...

문제는 심사일정이 뒤로 밀리면서 그의 계획이 완전히 뒤틀려 버렸다. 현 학생 비자가 만료되어 해외로 나갈 수 없어 연말 성탄절을 가족과 보내려던 계획을 취소해야 한다. (더하여 학위 논문을 제출하면 학생 신분이 해제되어 세금 면제 혜택을 못 받는 걸로 알고 있다) 또한, 추후 신청하려던 Graduate visa를 신청하지 못하게 되어 취업 준비에 차질이 생겼다. 게다가 심사 일정이 밀리면서 학교 규정상 졸업식날 박사 가운을 입을 수 없게 되어 그 동안 꿈꾸던 졸업식에 대한 기대가 날아가 버렸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한국에서 Vignette tranfer와 관련해 겪은 일은 비할 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여권과 비자에 관해서는 깔끔하게 정리된 상황이다. 이 부분도 대화로 나누었다.

내 계획은 22개월 이내에, 2024 8월 말, 학위 논문을 제출하고 Viva까지 마친 후 1-2달 정도 여행하고 한국으로 귀국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학자금이 부담스러워서 학업을 빨리 마치고 싶어도 1년 이내에 마치지 못하면 의미가 없어서 그냥 쉬엄쉬엄하려고 한다. 또한 Viva까지 끝나야 모든 과정을 마친다고 여겨서 그 전에 한국에 들어갈 생각이 없다. 졸업식은 꼭 참석할 생각이다.

주변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다보면, 나에게도 무슨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염려가 들기도 한다. 그러나 현재 내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하루하루를 즐기며 살고 싶다.

아래에 PhD viva와 Graduate visa에 관한 링크를 남겨 둔다.

5 tips for passing your PhD viva
https://www.prospects.ac.uk/postgraduate-study/phd-study/5-tips-for-passing-your-phd-viva

Graduate visa
https://www.gov.uk/graduate-vi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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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신대원에 입학할 무렵 원문에 충실한 설교자가 되려고 3년간 공부에 전념하겠다고 결심했다. 당시에는 유학은 1도 생각을 안 하던 시절이라, 기회가 되면 국내 박사를 하겠다고 생각했다.

학자의 길을 결심한 이후로도 여전히 나는 원문에 충실한 설교자가 되고 싶다. 교단 배경이 전무하다시피한 내가 택할 수 있는 길은 학자가 되어 원문에 충실한 주해서를 쓰며 기회가 닿는대로 설교자로 서는 길 밖에 없다.

원문 해석에 관심을 쏟다보니 자연스레 주해에 주력하게 된다. 주해에 도움이 되는 방법론이라면 기회가 닿는대로 접해보기도 했다. 그 덕에 주해를 통해 새로운 주장을 이끌어 내는 수준까지 올라섰고, 이것이 장점이 되어 교수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원문에 충실한 해석을 위해 성경 언어와 배경 지식은 기본이고, 분석과 상상력 등 수치화되지 않는 요소들도 다분히 영향을 미친다. 다만 공부를 많이 할수록 명쾌한 판단력이 생길 줄 기대했는데, 의구심은 늘어가고 내가 모르는 게 정말 많다는 인지 능력(?)이 커져만 간다.

예전엔 학자들이 자신의 글을 탈고하고도 계속 수정하며 출간을 왜 미루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어쩌면 나도 똑같이 그럴지 모른다. 박사 학위 논문은 가급적 빨리 제출할 작정이지만.

한 가지 확실하게 믿기는, 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후에는 내가 그토록 꿈꿔온 원문에 충실한 설교자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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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olut 추천인

끄적 2022. 9. 28. 05:03

저는 해외 송금용(한국→영국, 영국→미국)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미국 환율이 날뛰고 있어서 한국에서 Revolut 영국 계좌로 보내고, 다시 미국 은행 계좌로 송금하니 큰 돈은 아니지만 얼마라도 아끼게 되네요. 오늘 기준 7일 이내에 개설해야 합니다.

Revolut 추천인 링크
https://revolut.com/referral/gwangs6qq7!SEP2-22-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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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의 경쟁력?

끄적 2022. 9. 22. 02:47

신학부 교수진 명단에서 A의 이름이 빠졌다. 본교에서 강사를 시작한 지 1년 밖에 되지 않아서, 다른 곳으로 이직했나 싶었다. 예상과 달리, 그가 은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로서는 신진 학자가 은퇴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이에 대해 들은 바가 전혀 없어서 그저 상상만 해볼 뿐이다.

그는 2018년에 박사 학위를 수령했다. 본교에서 강사를 시작하기 전, 3년이란 기간 동안 무엇을 했는 지 알 수 없다.

그의 지도 교수 B는 일찍이 은퇴했다. B는 한국에 방문해서 강의한 적이 있고, 그의 한국인 제자가 활발히 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은퇴 시기를 정확히 모르지만, 은퇴 이후에도 A를 끝까지 지도한 듯하다.

이 지점에서 지도 교수의 영향력을 생각해 본다. 현역에서 물러난 학자의 제자는 얼마나 현장에서 두각을 드러낼 수 있을까?

A의 학위 논문은 로마서를 주제로 다룬다. 누구나 관심을 갖고 있는 본문을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지만, 그는 학계에서 큰 관심을 받지 못한 듯하다.

여기서 연구 주제의 중요성을 생각해 보게 된다. 대중적으로 관심을 갖게 되는 주제와 실제로 학계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주제는 엄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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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부가 소속된 St Mary's College의 역사를 들여다 보니 흥미로운 지점들이 있다.

첫 번째, The University of St Andrews에서 제일 먼저 세운 단과대학은 St John's College and the Pedagogy이었다. 당시 신학과 법, 의학을 가르쳤다고 한다.

College of St John the Evangelist in the University of Cambridge는 교육학과 신학 등을 가르치고 있다.

영국 대학들이 설립될 무렵 St John는 신학을 상징하는 인물로 자리잡고 있었나 보다.

두 번째, 현 이름인 St Mary는 성모 마리아를 지칭하고, 종교개혁자들을 대항해 카톨릭의 가르침을 보전하려고 세워졌다. (이 부분은 위키피디아에 의존함) 그러나 현재 이 학교는 개신교에 영향을 미치는 학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소속 교수들, 최소한 성서학 교수들은 대부분 개신교인이다.

Records of St John's College and the Pedagogy within the University of St Andrews
https://collections.st-andrews.ac.uk/group/records-of-st-johns-college-and-the-pedagogy-within-the-university-of-st-andrews/206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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