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그대들에게.


언제부터 문해력 저하가 사회적 화두가 되었는지 모르겠으나,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예견되었다. 그래서인지 글쓰기를 강조하는 책이 꽤 출판되었다.

신학이란 분야가 인문학의 한 갈래에서 그런지 학습자를 평가하는 주요 수단은 페이퍼/에세이 등 글쓰기이다. 평가자는 글에서 저자의 논리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학사, 석사, 박사로 올라갈수록 학생에게 요구하는 강도는 더 강해진다.

이와 반대로 학업 혹은 연구를 지속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사람들은 문해력, 논리 등이 빈약해진다. 기술은 고도화되지만 그만큼 격차가 더 커지는 악순환으로 치닫게 될 여지가 크다. 저로서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내 지식을 얼마나 싶게 전달하느냐가 관건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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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The Guardian University Guide 2024에 이어 The Times and Sunday Times Good University Guide 2024에서 1위를 차지했다. 미국 평가 기관에서는 순위가 낮게 나오지만, 영국에서는 명실상부한 최상급 학교이다.

학교 공식 발표는 아랫글을 보라.
https://news.st-andrews.ac.uk/archive/historic-double-first-for-st-andrews/

The Times는 구독해야 해당 글을 볼 수 있으므로, 다른 기사를 보면 상위 20위권을 볼 수 있다.
https://www.fenews.co.uk/education/the-times-sunday-times-good-university-guide-top-univers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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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선택이지만 환경 탓에 반 강제적으로(?) 요리에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다. 요리가 취미라서가 아니라 그 결과물을 즐기고 싶은 마음에 재료 준비부터 설거지를 포함한 뒷정리까지 귀찮음을 참아내는거다.

공부가 좋아서 유학을 선택했지만, 그 과정 자체가 항상 즐겁지는 않다. 때로는 공부하기 싫은 순간도 종종 있다. 하지만 글이 써지는 순간과 최종 결과물을 냈을 때 느끼는 희열 때문에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이겨내는거다.

과정을 즐겨야 결과가 좋다고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닐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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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박사 과정은 입학 후 바로 논문과 관련된 작업을 수행하며, 매년 진행 과정을 평가한다. 이 보고서를 내가 재학 중인 학교에서는 Annual Progress Reports라고 부른다. 방금 Reviewer Reports를 확인했다. 총평은 Yellow (satisfactory with minor concerns)가 나왔다. 사유는 내 논문 제출 목표 기한이 촉박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관해서는 미리 지도 교수와 대화를 나누어서 예상하였다.

솔직히 나에게 문제는 시간이 아니라 돈이다. 박사 과정을 시작한 이후 두 번 연속 Green (satisfactory)을 받았고, 이번에도 내가 제출 기한을 넉넉하게 잡았으면 또 Green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최대한 빨리 박사 과정을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복귀하고 싶다. 애초에 2년을 목표로 잡았으나, distance learning으로 학업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고, 그 외 지도 교수의 사정이나 여러 상황이 겹쳐서 학업 일정이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 내 주변 박사 과정 학생들 역시 최소 1년 이상 학업이 연장된 상황이다.

이 학교는 일 년 학비를 일시불이든 할부든 다 내야하고, 혹여나 한 학기 안에 마쳐도 반환해 주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3년 전체를 채우는 대신 논문의 질을 높이는 쪽을 선택했다.

결국 학비와 생활비 등 재정적으로 초과 지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예전만큼 열심히 공부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일정 수준 이상의 글은 써내고 있고, 내 목표 기한 내에 큰 무리 없이 마무리를 지을 수 있는 상황이다. 역시 문제는 학업을 마칠 때까지 버틸 수 있는 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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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동안 목자-왕 전승으로 관련 본문들을 해석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목자-양 유비로 그 본문들을 해석해야 한다. 이유는 지도 교수가 목자-왕 전승이란 용어보다는 목자-양 유비를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전승과 유비라는 관점 혹은 방법론의 차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더 큰 개념으로 이동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

목자-양 유비의 용례를 분석해 보니 예상보다 다양한 적용이 존재한다. 목자-왕 전승이 그중 큰 축을 차지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지만, 내가 목자-양 유비로 목자-왕 전승을 다루려면, 목자와 왕 사이의 관계를 설명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의 야웨 신앙이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된다.

지금껏 견지해 왔던 입장에는 변화가 없지만, 다양한 용례를 통해 치밀한 논증을 해야 한다. 아마 이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나면, 앞서 다룬 초막절과 더욱 수월하게 연결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요한복음 10장 선한 목자 담론을 치밀하게 논증할 수 있다. 생각해 보면 이 작업은 박사 과정 2~4년 이내에 완성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 웨신 석사 학위 논문부터 출발해서 미국 칼빈 석사 과정을 거쳐 영국 센앤 박사 과정에서 매듭지을 수 있는 장기적인 과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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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학위 논문의 한 장을 차지할 "The History of Shepherd-Sheep Analogy"를 위한 기초 작업을 하고 있다. 앞서 밝힌 데로 목자-양 은유와 목자-왕 전승의 유기적 관계를 밝히는 작업이 이 글에서 내가 해야 할 작업 중 하나이다. 며칠 고민하니 어렵지 않게 단서들을 발견해서 오늘 예레미야서와 이사야서에 나타난 물/비와 야웨 신앙, 목자 은유 등 관련된 관찰을 쏟아냈다. 모두 짤막한 글이지만, 내 핵심 주장을 잘 담고 있어서 앞으로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되리라 기대된다.

이 작업이 의미 있는 또 하나는 이유는 내 웨신 신학석사(ThM) 졸업 논문인 『요한계시록의 목자 모티프 - 스가랴 14장, 요한계시록 7:9-17, 21:1-8 상호본문성 연구 -』에서 스가랴 9-14장이 이런 주요 개념을 담아내고 있다고 주장했고, 앞으로 더 명확하게 풀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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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와 냉장고

끄적 2023. 8. 27. 02:28

미국 유학 시절 책을 해외 배송으로 그랜드 래피즈 숙소로 보냈다가 한 상자를 통째로 분실한 적이 있고, 학위 과정을 마치고 귀국할 때 얼마 되지 않지만, 책을 처분하느라 고생해서 영국 유학 기간에는 현지에서 책을 사지 않고 있다. 학생 신분이라 필요한 자료는 대부분 도서관에서 구할 수 있다.

박사 학위를 받고 한국으로 돌아가 강사 생활을 시작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책을 예전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사야 할지 모른다. 학생을 배려해 한글 자료를 교재와 참고 자료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 학회에서 해외 자료로만 글을 쓰면 지적을 받는다는 말도 들은 적이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서재는 필수 조건이 된다.

미국 유학 시절 첫 해외 생활에 적응이 쉽지 않았다. 더구나 박사 과정 진학을 위해 성적과 추천서 등을 잘 갖추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인해 늘 심리적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당시에는 할 수 있는 요리도 얼마 되지 않아서 김치찌개, 된장찌개, 삼겹살 등을 돌려서 먹었다. 식사 중에도 불안감이 있어서 음식을 즐길 여유가 없었고, 음식을 남기면 안 된다는 또 다른 압박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음식을 섭취하던 시기였다. 그래서 몸무게가 많이 늘었다.

지금은 여유를 가지려고, 현지에 가성비 좋은 식당이 없어서, 요리를 취미로 삼고 있다. 공부하지 않는 시간 이외에 심리적으로 느끼는 복합적인 감정을 어떻게든 처리해야 해서 몸과 머리를 동시에 써야 하는 요리가 제격이다. 운동을 원동력으로 삼아야 하는데, 이쪽은 영 잘 안되는 영역이다. 요리하다보면 여러 가지 도구들이 필요하지만, 그 중에서도 냉장고가 가장 필요하다.

서재와 냉장고 모두 저장소 역할을 한다. 필요한 시기가 지금 당장일 수도 있고, 잠시 후일 수도 있고, 영영 안 필요하다가 자리만 차지할 수도 있다. 식자재인 경우엔 결국 버려짐.

공부를 효율적으로 하려면 자신에게 필요한 자료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지금 내 책상에도 도서관에서 추리고 추려서 대출한 책이 13권이 있는데, 막상 필요하지 않아서 안 보고 있다. 매주 갱신 안내 이메일이 오고 있어서 반납해야겠다는 생각만 들고 있음.

요리를 효율적으로 하려면 각 요리에 필요한 식자재들을 정량 혹은 여유분(쓰레기통으로 직행하지 않은 선에서)을 갖고 있어야 한다.

공부든 요리든 자원 관리(resource management) 능력이 필수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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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riculation

끄적 2023. 8. 23. 01:54

학적 유지를 위해 Matriculation을 진행하고 있다. 이곳은 매년 이 절차를 시행한다. 비자와 BRP 검사는 매 학기마다 한다.

스코틀랜드 학교는 전업 학생(full-time student)인 경우 3년 간 학비를 낸다. 내 경우 입학연도를 기준으로 3년간 매 년 £18,250를 학비로 지출해야한다. 이제 3년차가 되어 이번 학비만 감당하면 재정적 부담은 줄어든다. 다만 환율이 올라서 현재 추세라면 180만원 이상을 더 내야 한다. 입학연도인 2020년과 비교하면 370만원 정도를 더내야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2년 내에 학업을 마칠 수 없는 일정이라 다소 느긋하게 지내고 있다. 좀 서두르면 내년 8-9월 사이에는 논문을 완성할 수 있고, 아무리 여유를 부려도 12월 이전에는 끝낼 수 있다.

4년 차(=연장 1년, Postgraduate continuation)에는 £330 정도만 내면 되지만, 내년에 논문을 마치고 한국으로 복귀할 계획이다.

박사 과정을 어려운 시기에 시작하여 지금까지 순탄하게 진행되었는데 앞으로 잘 매듭지을 수 있기를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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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지도 교수에게 초막절 초안과 목자-왕 은유 연구 계획을 보냈다. 초안 검토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연구 계획은 좋아 보인다는 답을 받았다.

목자-양 은유에 관해서는 오랫동안 차근차근 준비해 왔다. 구약 주요 본문은 대부분 연구가 완료된 상황이고, 제2성전기 문헌 중 동물묵시록은 박사 과정 1년 차 Probationary Review에서 다루어서, 이 부분은 이미 40% 정도는 진행한 셈이다. 그래서 기존에 작성한 내용들을 정리하는 작업과 나머지 문헌들을 추가하면 된다. 새롭게 다루는 내용은 제2성전기 문헌과 그리스-로마 문헌이다. 구약성경과 제2성전기 문헌에 나타난 목자-양 은유를 다룬 연구는 거의 다 알고 있는데, 그리스-로마 문헌은 일일이 찾아야 한다. 이 작업이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목자-양 은유 연구에 있어서는 가장 방대한 자료가 되리라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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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게으름을 피웠지만, 목표한 대로 이번 주 내에 초막절 초안을 완성했다. 월초 지도 교수의 반응을 미루어 보아 2차 문헌은 다루지 않아도 될 듯하다. 내일은 초안 검토하고, 다음 연구 주제인 목자-양 은유 구상안을 작성해야 한다. 초안과 구상안 둘 다 지도 교수에게 제출하고, 다음 주 월요일부터는 오랫동안 준비해 온 목자-양 은유를 연구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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