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그대들에게.


Joseph L. Trafton은 메시아 사상에 관한 구절에서 다윗과 관련된 구절과 연관성 없는 구절로 나뉜다고 지적한다. 그가 근거로 제시했듯이, 다윗 계열의 메시아 사상이 압도적으로 많이 나타난다. 여기서 우리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1)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그 다음에는 (2) '하나님이 과연 다윗 계열의 메시아 사상을 말씀하셨는가?'


다윗 계열의 메시아 사상은 유대 메시아 사상 가운데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이념 중 하나이지 절대 진리로 간주되지 않았다는 게 내 가정이다.

 

,

Joseph Klausner는 메시아 칭호에 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은 유대 문헌에서 셀류키드 제국에 맞서 하스모니안 왕조로 일컬어지는 유대 왕국을 재건한 Judah Maccabee는 메시아로 지칭되지 않지만, 로마 제국에 맞섰으나 실패한 지도자 Shimon bar Kosiba는 메시아로 불리는 이유에 관한 것이다.

Matthew V. Novenson은 이 질문에 답하고자 바벨론 포로 귀환 이후 선지서부터 랍비 문헌에 언급된 몇몇 인물을 소개한다. 그리고 그는 Morton Smith의 글을 인용해 메시아 칭호는 특정 인물의 업적에 관한 동시대 사람의 반응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메시아의 등장에 관한 예언을 토대로 다윗 계열의 메시야(Davidic Messianism)와 같은 유대 사회 내 일종의 메시아를 선별하는 기준이 있었다. 첫 번째 기준은 다윗 가문의 후손이어야 하고, 두 번째 기준은 업적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동시대 사람들이 특정 인물을 메시아로 인식했느냐 아니냐로 갈린다. Klausner가 의문을 제기한 Judah Maccabee와 Shimon bar Kosiba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메시아의 조건

Marvin A. Sweeney는 『예언서』(대한기독교서회)에서 예언자들이 선포한 회복될 이스라엘의 지도자는 다윗 계열의 메시아라고 주장한다. 메시아의 조건으로 다윗 혈통을 강조한 이유는 다윗 언약(삼하 7:8-16)에서 정당성을 찾을 수 있다. 역사적으로 다윗은 이상적인 왕으로 기억된다. 따라서 종말적인 왕의 등장을 고대하는 유대인에게 이상향은 혈통으로는 다윗 가문이고, 업적과 행실은 다윗과 같은 왕이어야 한다.

견고한 신념과 달리 다윗 계열의 메시아에 관해서는 의구심이 있다. 특히 예언서에서 메시아의 등장에 관한 본문을 분석해 보면, 종말론적 구원을 성취하는 왕에 대한 묘사에서 특이점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내 관찰은 목자-왕 전승에 관한 본문 연구를 토대로 하고 있다. 대다수는 다윗 혈통의 메시아를 공표하지만, 몇몇 예언자들은 다윗과 같은 왕이 등장한다고 선포하여 다윗 가문이 아니더라도 하나님의 선택에 의해 영토 회복과 성전 재건을 실현할 수 있다고 믿는다. 더구나 후자의 경우 다윗이라는 특정 인물보다는 종말론적 구원을 가능케 하시는 하나님의 왕되심을 선포하는 경향이 있다.

메시아의 조건에서 업적과 행실에 관한 이견은 없다. 다윗과 같은 목자가 이스라엘 영토 회복과 성전 재건을 이루는 날을 종말론적 구원으로 그린다. 헤롯 대왕이 메시아로 불리었다는 기록으로 미루어 보면, 메시아의 조건은 확실히 영토 회복과 성전 재건이다. 영토 회복은 하스모니안 왕조를 적대했다는 측면에서 이견이 있을 수 있고, 헤롯의 혈통적 정당성은 확보하지 못하지만, 자신의 성과를 과시하고자 성전 공사를 강행한 헤롯의 야망은 성공적이었다. 이 부분에서 이스라엘 역사상 두 번째로 독립국가를 이루한 Judah Maccabee가 메시아로 인식되지 못했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롭다.

결론적으로 메시아의 조건은 이스라엘 영토 회복과 성전 재건이며, 더 중요한 변수는 동시대 사람들의 평가라고 할 수 있다.

메시아 예수

공관복음에서 예수의 다윗 혈통을 강조한 이유는 예수의 메시아됨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예수께서는 메시아가 다윗 혈통이어야 한다는 신념에 균열을 내신다. 전문 용어로는 Davidssohnfrage("the messiah cannot be the son of David")이라고 한다. 유대인의 관점에서 예수의 업적은 메시아의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 특히 예수의 죽음과 부활은 역사상 유례가 없을 뿐 아니라 메시아 공식과 동떨어져 있다. 예수께서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했을 때 군중의 반응은 그들이 군사적 메시아를 고대했다는 명백한 증거이다.

요한복음은 예수의 족보에 관심이 없다. 오히려 대뜸 요한은 예수의 기원이 하늘이라고 선포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로고스라는 개념을 통해서 말이다. 또한 2장에 성전 정화 사건을 배치해 성전되시는 예수를 강조한다.

믿음의 고백

유대인들은 이스라엘 역사와 예언자들의 선포를 통해 메시아관을 정립했다. 그들의 기준에 예수는 메시아가 아니다. 그러나 기독교인은 예수를 메시아로 고백한다. 지상적 영토와 성전을 갈망하는 유대인과 달리, 우리 기독교인들은 하나님 나라와 하늘 성전을 고대하기 때문이다.

,

구약의 종말론

독서후기 2020. 3. 19. 17:51

신약학 전공자인 내가 구약의 종말론에 관심을 두고 있는 이유는, 예전부터 구약성경과 종말론이란 주제에 모두 흥미를 갖고 있고, 무엇보다 내 박사 학위 논문과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독특하게도 구약의 종말론은 메시아사상과 묶여 있어서 필연적으로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주제이다.

여기에 게하더스 보스라는 이름이 주는 신뢰가 더해져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보스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바울의 종말론』을 읽어 본 독자들은 동감할 텐데, 난 그 책 하나로 보스의 천재성에 매료되었다.

그에 반해 이 책은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 우선 엮은이 제임스 데니슨 2세가 밝혔듯이, 이 책은 보스의 생전에 작성된 원고와 학생의 필기 등을 엮어 만들어졌다. 학창 시절 강의안을 받아 본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제아무리 유능하고 성실한 교수라도 개괄적인 내용을 간략하게, 그리고 핵심 내용만 학생에게 전달할 수 있을 정도로 강의안을 작성하고 배포하는 경우가 허다해서 학생들은 강의 없이 강의안만으로 수업을 따라가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이 책을 집중해서 읽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러한 태생적 원인에 있지 않나 싶다. 

다행히 이 책은 장마다 해당 주제의 핵심을 중점적으로 기술했으며, 논의의 정곡을 파고들고 있어서 무엇하나 버릴 것이 없다. 미완성 원고이지만, 저자의 천재성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비평학자들이 본격적으로 활동했던 시대적 상황에서, 저자는 비평학자의 주장을 제대로 이해한 후 그들이 가진 허점을 논리 정연하게 비판하며 성경의 진리가 무엇인지 밝힌다.

저자는 성경에 나타난 용어를 정의하는 작업으로 시작하여 주해를 통해 신학적 틀을 정립한 후 다시 각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큰 그림 아래 일관성을 갖고 각 장을 서술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태도야말로 현대 성경신학자가 배우고 지향해야 할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완성작은 얼마나 대단한 작품이었을지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로 저자의 뛰어난 통찰이 담겨 있기에 구약의 종말론에 관심이 있다면 꼭 한번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구약의 종말론
국내도서
저자 : 게하더스 요하네스 보스(Geerhardus Johannes Vos) / 박규태역
출판 : 좋은씨앗 2016.01.10
상세보기

'독서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언약으로 성경 읽기  (0) 2020.03.30
사해사본의 구약 사용  (0) 2020.03.23
다윗 언약  (0) 2020.03.12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 삼위일체와 요한복음  (0) 2020.03.06
십자가 처형  (0) 2020.03.06
,

예수를 구원자(messiah)로 고백하는 그리스도인들이 등장하기 이전에, 이스라엘의 구원자 사상을 형성하는데 기여한 인물들을 꼽으라면, 나는 모세, 다윗, 마카비를 꼽을 듯 하다


모세는 출애굽부터 가나안 장착 이전까지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끌던 전천후 지도자였다. 출애굽 사건은 제국의 억압에서 풀려나 이스라엘 부족의 회복을 상징으로 자리 잡는다.


다윗은 사실 이스라엘 국가의 두 번째 왕이지만, 사울의 실책과 다윗의 성공적 통치로 인해 이스라엘 역사에서 최초이자 이상적인 왕으로 기억된다.


마카비는 마카비 혁명 이후 유대 지역에 하모스모니안 왕조를 세운 마지막 왕조이다. 마카비서는 외경으로 분류되어, 개신교인들은 접할 기회가 거의 없지만, 몇몇 신약 본문에서 마카비 혁명의 그림자를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은 공통점은 모두 제국의 압제로부터 이스라엘 백성을 해방시켰다는데 있다. 당시 유대인들이 예수를 '메시아'로 불렀을 때 그들은 당연히 이 세 사람들처럼 로마 제국의 압제에서 구원해줄 군사적 메시아를 기대했다.


당분간 나의 관심사는 다윗에게 집중될 듯 하다.

'연구주제 > 다윗 전승'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윗과 모세의 율법  (0) 2023.08.10
쿰란 사본과 다윗 전통  (0) 2020.08.10
이사야와 미가, 그리고 다윗 왕조  (0) 2019.02.08
,

미가서를 훑어보니 대략 네 군데 정도 목자 은유가 등장한다. 그 중에서 다윗 계열의 구원자 사상(Davidic messianism)과 목자-왕 은유(Shepherd-King metaphor)가 동시에 나타나는 본문은 5장 1-5절이다. 


1. 딸 군대여 너는 떼를 모을지어다 그들이 우리를 에워쌌으니 막대기로 이스라엘 재판자의 뺨을 치리로다

2. 베들레헴 에브라다야 너는 유다 족속 중에 작을지라도 이스라엘을 다스릴 자가 네게서 내게로 나올 것이라 그의 근본은 상고에, 영원에 있느니라

3. 그러므로 여인이 해산하기까지 그들을 붙여 두시겠고 그 후에는 그의 형제 가운데에 남은 자가 이스라엘 자손에게로 돌아오리니

4. 그가 여호와의 능력과 그의 하나님 여호와의 이름의 위엄을 의지하고 서서 목축하니 그들이 거주할 것이라 이제 그가 창대하여 땅 끝까지 미치리라

5. 이 사람은 평강이 될 것이라 앗수르 사람이 우리 땅에 들어와서 우리 궁들을 밟을 때에는 우리가 일곱 목자와 여덟 군왕을 일으켜 그를 치리니


보통 선지자들은 다윗 계열의 새로운 왕을 예루살렘과 연결하는데, 미가는 베들레헴 에브라다를 향해 예언을 선포한다. 그 이유는 아마도 다윗의 출생 장소가 베들레헴이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또한, 일곱 목자와 여덟 군왕이라는 표현에서 미가는 목자와 군왕을 동일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신현우 교수(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신약학)의 마가복음 주해서 <메시아 예수의 복음>이 출판되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강의와 연구를 토대로 완성된 만큼 마가복음 필독서로 자리매김할 책이 되리라고 봅니다.


[구매링크] 알라딘 예스24

마가복음을 온전히 이해하고 싶다면 꼭 이 책을 읽어보세요.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