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그대들에게.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는 자들에게, 이데올로기 비평이란 단어는 껄끄럽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이 결국 사람을 통해 기록되고 편집되었다면, 그 매개체의 개입 역시 분석의 대상이 되어야 마땅하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이데올로기를 갖고 있다. 그 누구도 이 전제 자체를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위정자 혹은 그의 조력자로서 집단을 통치하는 입장이라면 이데올로기 강화는 필수적인 과제가 된다. 가령 다윗은 실제로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이자 예배자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지만, 그와 동시에 시편을 통해 자기 경험을 이스라엘 국가의 이념으로 전파했다는 사실 역시 받아들여야 한다.

해석자로서 성경 저자 혹은 편집자의 이데올로기가 옳다/그르다고 평가해서는 안 된다. 해석자의 편견을 배제하고 실재 그대로 드러내야 할 의무를 갖고 있다.

,

어제 지도 교수로부터 "초막절의 역사" (The History of the Feast of Tabernacles) 초안에 대한 평가를 이메일로 받았다. 거의 두 달 전에 보냈는데, 이제야 작업하신 걸 보니 매우 바쁘신 모양이다.

그가 제시한 보완 사항은 세 가지이다.

첫 번째, 독자들을 위해 서론과 결론에 네 논문의 더 큰 주장을 약술하라. 자연스러운 문장 전환을 통해 독자들이 쉽게 네 논문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라.
두 번째, 참고 문헌을 더 활용하라.
세 번째, 구약 성경 저작/편집 연대를 유의하고, 후대 유대인들이 구약 성경 해석에 관한 너의 주장을 명확하게 제시하라.

나는 초안 완성을 통해 글의 골격과 내 생각을 보여주려는 목적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 두 보완 사항은 예상했었다. 나머지 지적은 내가 무의식적인 가정이 글로 표현되었거나, 이미 알고 있는 전제를 간과했을 수도 있고, 선행 연구를 참고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논증을 내가 거르지 않고 반영되었을 수 있다.

전반적으로 내 주장이나 방향성에 대해서는 심각한 반론이나 문제 제기를 받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초안에서 목표한 지점은 도달했다고 볼 수 있겠다. 수정 작업은 현재 진행 중인 "목자-양 유비의 역사" (The History of Shepherd-Sheep Analogy) 초안을 완성한 후 시작하려고 한다.

,

가장 큰 차이점은 그리스-로마 문헌에 있다. 앞서 그리스-로마 문헌을 다룬 선행연구가 없지 않으나, 주요 저작을 깊이 있게 분석하지 못했음. 나는 호메로스 (Homer, BC 700?), 플라톤 (Plato, BC 427-347), 디온 크리소스토모스 (Dio Chrysostom, AD 40-115), 플루타르코스 (Plutarch, AD 46-120)의 작품을 다룰 예정임.

두 번째로 큰 차이점은 제2성전기 문헌에 포함되는 자료이다. 하나는 쿰란 문서에서 다룰 본문이 다르다. 나는 목자-양 비유로 접근하여 관련 본문을 선정했고, 주제적 연관성을 고려해 '다윗'과 '메시아' 본문도 선별했다. 그다음은 필로와 요세푸스가 추가된다. 목자-양 비유라는 주제에서 두 저자를 다룬 연구는 없어 보이며, 나는 이미 두 저자의 관련 저작들을 선별했다.

참고 자료의 차이는 연구의 방향과 품질의 차이로 이어진다. 내 연구에 더 풍성한 자료가 더해지므로, 선행연구보다 풍성한 담론을 도출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

일부 학자들이 자신을 역사학자로 정의하는 경향과 달리, 나는 스스로를 신학자로 정의한다. 그러나 나는 성경을 신학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관점과 해석이 특정 신학을 반영하거나 근접할 수 있으나, 본문 자체의 의미를 도출하는 작업에 최우선 순위를 둔다.

내가 요한복음 10장 선한 목자 담론을 위해 목자-양 유비를 택한 이유는 관련 용례의 최상위 집합으로 하위 용례들을 선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특정 관점에 매이지 않고 관련 용례를 분석하려는 의도 역시 갖고 있다. 뒤집어 말하면, 특정 사례로 접근할 경우 본문의 의미를 넘어 연구자의 해석을 투영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다윗 목자 전승으로 연구한 사례들이 있다. 특정 연구에서는 '다윗' 혹은 '목자'가 따로 등장해도 왕권과 메시아 등 여러 개념과 연동해 버린다.

내 분석에 의하면, 목자 본문이 반드시 다윗 목자 전승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또한, 목자가 왕권 사상과 연결될 가능성은 높지만, 그렇다 하여 꼭 메시아사상과 연결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난 다윗 목자 전승이란 단어나 접근을 채택하지 않았다.

솔직히 내 접근은 매우 광범위한 분석과 작업을 요구한다. 내 박사 과정이 늘어나는 이유라서 솔직히 달갑지 않지만, 훗날 후회하지 않을 결과물을 위해 현재를 희생한다.

'성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치와 종교, 비판적 사고의 결여  (0) 2023.11.20
성경과 이데올로기 비평  (0) 2023.10.16
선행연구 검토의 장단점  (0) 2023.10.12
지도자의 중요성  (0) 2023.10.08
박사 학위 논문 연구 주제와 확장성  (0) 2023.10.04
,

선행연구 검토는 그 자체의 한계를 통해 신 연구의 시작점을 발견하는 장점이 있다. 반면, 이 작업은 연구자의 관점을 선행연구의 범위로 제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기존 연구 추세에 갇히지 않고, 새로운 물길을 트려면 선행연구를 벗어난 관점을 가져야 한다.

,

일차 선별한 14명 중에서 비유 사용 여부(앞서 자료 선정 기준은 저자와 시대, 비유, 발생빈도, 중요도로 꼽았다)로 선별하니 4명이 남았다. 더 줄이면 비교군이 좁아져서 다른 기준은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최종 4인의 이름은 호메로스 (Homer, BC 700?), 플라톤 (Plato, BC 427-347), 디온 크리소스토모스 (Dio Chrysostom, AD 40-115), 플루타르코스 (Plutarch, AD 46-120)이다.

호메로스는 유럽 문학 최고 최대의 서사시로 꼽히는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의 저자이다. 이 두 작품은 꽤 많은 목자-양 비유를 사용하고 있다.

플라톤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로 그의 『국가』에서 지도자의 덕목에 관한 담론에서 목자-양 비유를 사용한다. 이 작품 이외 몇 가지 저작이 추가될 예정이다.

디온 크리소스토모스는 그리스의 변론가이자 통속철학 강연가로, 그의 별칭인 크리소스토모스가 그리스어로 '황금의 입'을 의미할 만큼 뛰어난 연설가였다. 그의 『담화론』(Discourses)에서 목자-양 비유를 사용해 왕권을 다룬다.

플루타르코스는 고대 로마의 철학자이자 저술가로 그리스인이다. 그의 『모랄리아』 (Moralia)는 수필 모음집으로, 몇몇 단편이 목자-양 비유를 사용하였다.

디온 크리소스토모스의 저작을 제외한 세 인물의 대표 저작은 한국어로 번역이 되어 있다. 나는 당분간 그리스-로마 문헌을 다루면서 문학과 철학을 익힐 시간을 예정이다.

,

그리스-로마 문헌에서 '목자'라는 단어를 사용한 작품 중 기원후 100년 이전에 출판된 작품을 중심으로 선별한 결과 총 14명이 일차 기준에 부합한다. 문학적 기법이 아니거나 발생 빈도가 적은 경우 임의로 제외하였다. 이제 더 엄격한 기준으로 연구 범위에 포함할 자료들을 걸러야 한다.

기준 1. 저자와 시대
저자의 생애와 작품 발표 시기가 요한복음 최종 편집 시기 이전이어야 한다. 후대 인물이라도 작품이 역사 기록일 경우 부합한 자료로 선정.

기준 2. 비유
연구 목적에 부합하게 목자-양 비유를 사용한 본문이어야 한다.

기준 3. 발생빈도
되도록 비유를 많이 사용한 작품이어야 한다.

기준 4. 중요도
저자와 작품이 그리스-로마 역사에 미친 영향력을 감안한다. 한편 내 연구에 미칠 영향력을 감안한다.

이미 호메로스와 플라톤으로 위 기준들을 충족해서, 이 두 인물의 저작만으로 연구해도 상당한 기여가 되겠지만, 연구의 의도에 부합하도록 시대별 주요 저자를 선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

요한복음의 최종 완성 시기를 고려하면, 연구 범위에 가까스로 포함될 수 있는 인물.


플루타르코스 [Plutarchos]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2039095&cid=51609&categoryId=51609

,

지도자의 중요성

성찰 2023. 10. 8. 05:15

플루타르코스 (Plutarchos)의 주요 작품 중 하나인 『 Moralia』에 지도자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부분이 있다.

When the older men asked the defeated soldiers why they were such cowards as to flee from the men they had so often pursued, one of the Numantians is said to have replied that the sheep were still the same sheep, but another man was their shepherd.

노인들이 패한 병사들에게 왜 그렇게 겁쟁이가 되어 자주 쫓아오던 사람들을 피해 도망쳤는지 물었을 때, 누만인 중 한 명이 양은 여전히 같은 양이지만 다른 사람이 그들의 목자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Plutarch, Moralia: Sayings of Romans, 201.


내 인생에서 현시기가 한국 정치 경제 사회 등 최악의 총체적인 난국이라고 보는데, 얼마나 더 밑바닥으로 갈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유익한 경험이 될지도 모르겠다 싶다.

,

그리스-로마 문헌 중 목자-양 비유를 가장 잘 활용한 작품 중 하나는 소설 『황금 당나귀』 (The Golden Ass)로 알려진 아풀레이우스의 『변형담』 (Metamorphoses)으로 보인다.

루키우스 아풀레이우스 [Lucius Apuleius]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121994&cid=40942&categoryId=34428

변형담 [Metamorphoses , 變形譚]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164345&ref=y&cid=40942&categoryId=3347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