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그대들에게.


누가 성과를 내는가?

끄적 2023. 9. 30. 03:24

최근 도전과 결과 사이의 상관관계가 궁금하다. 성취에서 노력과 재능 사이의 상관관계도 궁금하다.

도전하지 않으면 결과를 알 수 없다지만, 시도하지 않아도 결과가 예측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우여곡절 끝에 원하던 결과를 얻는다면 다행이다.

재능이 중요하다고 여기지만, 노력으로 상당 부분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난 내 자신을 노력의 결과로 본다. 그러나 간혹 노력을 쏟아부어도 일정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를 드물게 본다. 나는 임계치에 도달하지 않아서 성과가 나지 않을 뿐 침착하게 노력한다면 가능하다고 보지만, 재능과 노력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한 견해가 분분하다.

몰입으로 재능과 노력 사이의 토론을 넘어서는 입장이 있다. 몰입을 강조하는 황농문 교수의 영상에서 나 자신을 이해하게 된다. 신대원 시절 내가 꽂힌 과목에 집중해서 공부한 탓에 절대적인 학습 시간이 많아도 성적이 월등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간혹 교수님이 놀랄 말한 성과를 내기도 했다.

센앤 박사 과정을 거쳐 간/그리고 현재 재학 중인 사례들을 생각할 때마다 이에 관한 확신이 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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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성경에서 'ring'이 사용된 사례가 있는지 확인해 야겠으나, 우선은 'rod'에 대해서만 다루고자 한다. 왕의 덕목 중 하나는 '정의'이다. 왕은 자국 백성을 정의롭게 다스려서 불의와 부정이 사라지고 공평과 정의가 실현되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정확히 말하면, 왕은 자신의 통치 권한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정의'를 말한다.

고대 이스라엘에서 왕의 규는 그의 권한을 상징한다. 왕은 정의로운 통치자이며 정의의 수호자이다. 고대 이스라엘은 (메소포타미아를 포함한) 고대 근동 문화를 가져와서, 독자적인 전통을 구축했을 텐데, 그중 하나가 왕의 규에 나타난다. 아마도 구약 성경에서 왕의 규 이외에 원을 언급한 사례가 있을지 궁금하다.

The Mesopotamian ‘Rod and Ring’: Icon of Righteous Kingship and Balance of Power between Palace and Temple
https://academic.oup.com/british-academy-scholarship-online/book/21550/chapter/181390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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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작업 중 하나가 왕과 목자에게 적용되는 어휘군 분류이다. 고대 근동과 고대 이스라엘에서 왕과 목자를 동일시했어도, 이러한 용례를 목자-왕 전승으로 칭하더라도, 실제 어휘 사용에서 구분할 수 있는 사례가 많다. 오늘 살펴볼 규/[쇠]막대/철봉은 왕과 목자 모두에게 적용 가능한 어휘이다. 그래서 이 단어의 대상이 왕인지 목자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솔로몬의 시편 영문판에서 'rod'는 두 번(17:24; 18:7) 사용되었다.

17:24 an iron rod
18:7 the rod of discipline of the Lord’ anointed

이 용례를 목자 은유로 해석한 사례가 있으나, 나는 문자 그대로 왕의 '규'로 간주한다. 솔로몬의 시편에서는 왕권에 관해 말하고 있으며, 직역과 은유를 자유자재로 사용하지만, 대부분 직역으로 해석해야 하는 본문이다. 내가 볼 때 목자 은유가 나타난 구절은 단 한 곳(17:40) 뿐이다.

17:40 He shall be strong in his works and mighty in fear of God, shepherding the flock of the Lord faithfully and righteously, and he shall not let any among them become weak in their pasture.

이 문장에서 세 단어 'shepherding', 'the flock of the Lord', 'their pasture'가 목자 은유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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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살펴본 대로, 구약성경에서 '비'는 왕권 사상, 특히 야웨 신앙과 관련이 있다. 제2 성전기 문헌 중 하나인 솔로몬의 시편(The Psalms of Solomon)에도 이 같은 사상이 나타난다.

17:18 They were scattered over the whole earth by lawless men, for heaven withheld the rain from falling on the earth.
17:19 Everlasting springs out of abysses were held back from high mountains, for there was none among them who did righteousness and justice.

17:18 하늘이 땅에 내리는 비를 거두었기 때문에 그들은 무법자들에 의해 온 땅에 흩어졌습니다.
17:19 심연에서 솟아나는 영원한 샘물이 높은 산에서 막혀 있었으니, 그중에는 의와 정의를 행하는 자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위 번역은 DeepL Translate를 이용한 결과이다.

두 구절은 '비'와 '영원한 샘물'이 부재한 이유를 악인에게 돌리고 있다. 반대로 의와 정의를 행한다면 비와 영원한 샘물이 이스라엘 백성과 함께하게 된다.

시편 기자는 의와 정의가 다윗과 같은 왕이 등장해야 가능하다고 믿는다.

17:40 He shall be strong in his works and mighty in fear of God, shepherding the flock of the Lord faithfully and righteously, and he shall not let any among them become weak in their pasture.

다윗 계열의 구원자 사상(Davidic Messianism)과 목자-양 비유의 결합은 다윗 왕권 사상(Davidic Kingship)에서 자주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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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생들과 식사할 기회가 적잖다 보니 간혹 박사 과정에 관한 질문을 받는다. 내 대답 중 일부를 기억나는 대로 적어본다.

석사 과정 때까지는 내가 얼마나 많은 자료를 읽고 각주로 남겠냐에 신경을 썼었다. 가령 10쪽짜리 글에 2~3쪽이 넘는 분량이 각주로 채워질 때, 내가 선행 연구를 얼마나 열심히 읽고 분석했는지 보여준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생각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갖는다. 석사 과정까지 내 관찰이 선행 연구에서 얼마나 지지받을 수 있는지 검증하는 과정이었다면, 박사 과정은 내가 얼마나 창의적이냐를 보여줘야 해서 선행 연구 분석에 시간을 쏟기보다는 내 생각을 다듬는데 더 많은 시간을 쏟도록 훈련하고 있다.

최근 한 장(chapter)의 글을 지도 교수에게 보냈는데, 선행 연구를 비평하며 내 독자적인 분석으로 채웠음에도 좋은 평가를 받은 이후 내 방식에 변화를 주고 있다.

대략 이렇게 대답했다. 선행 연구의 분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으나, 내가 직접 원전을 읽고 분석한 후 개별적인 특징을 도출하는 작업으로 충분히 기여할 수 있음을 경험했으니 이러한 훈련을 지속하여 내 강점으로 만들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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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의 최종 형태에 관한 다양한 견해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실재를 바탕으로 기록되는 결론이 마땅하다고 본다. 예언자 예레미야는 이스라엘의 멸망과 회복을 선언하면서, 이스라엘의 회복이 자신의 의가 아니라 하나님의 일방적인 선택이라고 이해하게 된다. 즉 하나님의 언약이 아니고는 이스라엘의 회복을 설명할 길이 없다. 예레미야는 이전에 보지 못한 강대국들이 출현하던 시기였고, 그 제국조차도 멸망의 길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살아남았다. 인간의 상식에서 벗어난 현실을 설명할 수 있는 관점은 언약이라는 신앙의 언어였다.

14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배역한 자식들아 돌아오라 나는 너희 남편임이라 내가 너희를 성읍에서 하나와 족속 중에서 둘을 택하여 너희를 시온으로 데려오겠고
15 내가 또 내 마음에 합한 목자들을 너희에게 주리니 그들이 지식과 명철로 너희를 양육하리라

구약에서 언약과 목자의 출현에 관한 예언은 자주 결합하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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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이민자 건강 보험료(the Immigration Health Surcharge)는 66% 인상, 비자는 35% 인상이 예정되어 있다. 나는 이미 둘다 지불한 상황이고, 오히려 초과 지불로 환불 신청을 해야 한다.

최근 보리스 존슨 전 총리가 브렉시트와 코로나 대책으로 인해 영국 경제를 엉망으로 만들어 놨다. 후임자들이라고 다를바 없다. 결국 유학생을 포함한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요금을 인상하는 대책만 내세울 뿐이다. 이 외에도 학교마다 학자금을 매 년 인상하고 있다.

위기를 좌초하는 자들과 희생당해야 하는 이들이 다르니 참 더러운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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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볼 때 예레미야서는 시대 상황을 가장 현실적으로 묘사한 역사서의 면모를 갖춘 예언서이다. 또한 은유(metaphor)와 같은 언어적 기법을 꽤 많이 사용한 예언서이다. 내 관심사인 목자-양 비유와 관련해 참고할 만한 예레미야의 은유 분석에 관한 책은 Benjamin A. Foreman, Animal Metaphors and the People of Israel in the Book of Jeremiah (Göttingen: Vandenhoeck & Ruprecht, 2011)이 있다. 비록 내 관심사에 한정해서 Chapter 2: Pastoral Metaphors를 중점적으로 읽고 있으나 이만한 자료는 없다고 여겨진다.

내 판단에 의하면, 그의 책은 최소한 두 가지 제약이 있다. 하나는 목자-양 비유, 그의 언어로는 Pastoral Metaphors의 범위이다. 그가 연구한 범위는 6구절(3:15; 10:21; 23:1-4; 31:10; 50:6-8; 50:17-19)이다. 나는 최소 15구절을 범위로 설정한다. 다른 하나는, Foreman은 제목에 반영되어 있듯이 은유를 중심으로 본문을 분석하지만, 나는 은유를 넘어 문맥 내 기능에 초점을 맞춘다.

Foreman은 구절마다 은유의 진위를 가리고 주변 구절과 인과 관계가 있는지 파악하는 작업에 열중한다. 이러한 작업은 의미가 있다. 아래 인용은 그 예시이다.

The metaphor, which begins in the first line of verse 17, is comprised of two images: a sheep and several lions. … In verse 18 the leaders of Babylon and Assyria are no longer lions, but regular kings. … The imagery of verse 17, therefore, is not carried over into verse 18 since there are no terms relating to the semantic fields “shepherding” or “lions” in that verse.
- Foreman, Animal Metaphors and the People of Israel in the Book of Jeremiah, 82.

이러한 연구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내가 Foreman의 분석에 빚지는 부분도 적지 않다. 가령 현재 내가 사용하고 있는 용어인 '목자-양 유비'의 어휘군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어서, '사자'라는 단어도 때에 따라 유비의 범위에 포함할 수 있다거나, 목자와 왕 사이의 관계에 주목한다는 사실 등에서 그러하다. 하지만, 내 기준에 언어학적 연구가 대체로 그러하듯이, 저자가 인유를 사용하는 목적과 방식을 미세하게 놓치게 된다. Foreman의 책을 다시 읽으면서 그의 한계가 느껴지는데, 아직 한창 예레미야서의 목자-양 비유를 분석 중이라, 그 한계는 나중에 정리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오늘은 이 책에 대한 간단한 평가를 남기는 선에서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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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 초기에 교정 서비스 사용을 의아스럽게 보는 유학생들이 적지 않다. 나도 그 중 하나였다.

내가 졸업한 Calvin Seminary는 아예 전문 인력을 고용해 Rhetoric Center를 운영해 학생들이 무료로 이용하도록 하고 있고, Calvin University도 학부 자원 봉사자들을 통해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나는 비원어민들을 위한 배려하고 생각했다.

현재 박사 과정을 진행 중이다. 영어의 근본이라는 영국에서 지도 교수로부터 교정 작업에 대한 첨언을 들었다. 나는 내가 비원어민이라서 어쩔 수 없이 부딪히는 한계로 생각했다.

그러나 영어권 출신 여부와 상관 없이 교정 작업은 누구에게나 요구되는 상황이다. 원어민들 역시 학위 논문 제출 전에 전문가를 고용해 교정 작업을 받는다. 사실 그 전 단계부터 Grammarly나 DeepL 등 유료 서비스를 사용하거나 사설 업체를 이용하는 원어민들도 있으며, 그들은 그러한 서비스를 당연히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교수도 비슷한 입장을 갖고 있다. 교정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학생을 이상하게(?) 혹은 진정성이 없는(?) 혹은 교정의 중요성을 모르는(?) 학생으로 이해한다.

교정이란 글 자체의 주장과 흐름 등을 바꾸지 않는 선에서 작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글의 유려함과 상관 없이 품질은 작성자/서비스 이용자에게 달려 있다. 이러한 사실은 교정자나 교수들은 알고 있다.

교정 작업을 믿고 자신의 언어와 글쓰기 능력을 배양하지 않는다면, 계속 서비스 이용에 비용을 지불할 수 밖에 없다. 학생의 입장에서는 끊임 없이 실력 배양을 위해 노력하되, 교정 작업을 병행하는 구조로 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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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지자 예레미야는 목자-양 비유를 약 17번 정도 사용하였는데, 이 빈도는 성경에서 가장 많은 활용이고, 그 용례는 다양하게 적용된다.

예레미야는 '목자'라는 칭호를 이스라엘 왕 혹은 지도자와 하나님만이 아니라 이방 민족에게도 사용한다. 목자의 '선함'과 '악함'은 이스라엘과 이방 민족 모두에게 적용된다. 심판이란 주제도 이스라엘과 이방 민족 모두에게 적용된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예언에 있어서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예레미야는 목자-양 비유를 통해 이스라엘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그리지만, 바벨론을 향해서는 철저한 심판을 선포한다. 대표적으로 23:1-8은 전자에 속하고, 50장은 후자에 속한다. 흥미롭게도 목자-양 비유의 빈도는 후자가 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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